"아침부터 지금까지 100잔의 기억커피를 팔았어요. 손님 상대하는 게 재미있어요"
이른 나이에 경도인지장애가 온 59세의 A씨는 지난 22일 오후 2시 서서울호수공원에서 열린 '기억다방' 행사에 보조 바리스타로 참가, 시종 환환 미소로 커피를 받으러 온 고객을 맞았다. 그는 매일 신월동 복지센터를 다니며 전두엽 손상으로 인한 기억상실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정신과는 물론 내과의 협진을 통해 치매를 악화시키는 콜레스테롤 상승, 운동부족, 당뇨병 등을 체크하고 약물치료도 받는다.
한독이 지난 20일 서울시와 이동식 카페 '기억다방' 캠페인을 시작했다.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로 진단받은 어르신이 바리스타로 참여해 이동식 카페트럭에서 서빙하는 게 행사의 모티브다. 이를 통해 참여자는 대인활동에서 삶의 자신감을 얻게 된다. 기억다방에선 주문한 것과 다른것이 나오거나 조금 늦게 나오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게 배려이자 기본 에티켓이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와 한독 직원은 일일봉사에 나서 치매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치매 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는데 주력한다. 지난 20일 서울시청앞 광장을 시작으로 21일엔 대림2동 주민센터, 23일엔 양재근린공원에서 행사가 순항했고 오는 7월 27일 동작구 신대방2동 주민센터에서 1차 캠페인을 마친다. 8월부터는 서울광역치매센터와 25개 서울시 자치구 치매안심센터가 연중으로 '기억다방'을 운영한다.
기억다방에 찾아온 시민들은 "치매는 기억주머니에서 기억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것"이라며 "현재에 가까운 기억이 더 먼저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치매 예방 OX퀴즈 등에 참여해 도장을 두 번 받아오면 음료를, 세 번 받아오면 팝콘을 추가로 제공받고 기뻐했다. 기억다방의 특별메뉴인 '기억커피'와 '기억의 오로라'는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기억커피는 카페라떼에 치매예방에 좋은 커큐민을, 기억의 오로라는 레모네이드에 커큐민을 넣어서 만든 음료다. 한독은 울금(강황)에서 추출한 커큐민의 흡수율을 높인 '테라큐민'으로 건강 식음료를 내놓고 있다.
서울시 각 자치구 보건소는 치매안심센터를 중심으로 사회복지관과 주민센터 등이 협력해 치매·인지장애 환자를 위한 데이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양천구 신월보건지소 치매안심센터의 경우 10개반을 꾸려 관할지역 소재 120명의 대상자를 관리한다. 예방반 7반, 경도치매반 2반, 치매반 3반 등이다. 예방반에서 정상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인지장애를 관리하고 6개월마다 대상자를 갱신한다. 경도치매반은 장기요양등급을 아직 받지못한 환자를 대상으로 주 5일, 매일 3시간씩 치매 악화를 막기 위한 교육을 한다. 치매반은 하루에 2시간씩 인지치료(작업훈련, 회상훈련), 운동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실시한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조기에 치매가 온 68세의 할머니 B씨는 양천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훈련을 받는다. 이날 오후 2~5시엔 야외수업(운동치료) 차 기억다방을 들렀다.
B씨를 인도한 사회복지사는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에 입실하지 않고 아들 내외와 잘 지내면서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며 "치매에 걸리면 손자·손녀들이 기피하는 모습이 태반이어서 인식의 개선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당해 혈관성치매로 기억력과 지남력을 크게 훼손당한 C모씨(63·신월동 거주)의 아내는 "올해 1월부터 사는 곳 인근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해 매일 오전과 오후에 각 30분씩 인지훈련을 받고 있어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며 "7월부터는 대상자를 새로 선정하는데 남편이 제외될까봐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환자를 대상으로 월 3만원 이내의 건강보험본인부담금(약제비·진료비 등)을 제공하는 등 환자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카페트럭 및 보조인력을 지원한 한독은 지난 3월 제약업계 최초로 중앙치매센터와 서울특별시광역치매센터가 인증한 '치매극복선도기업'으로 지정받았다.
약 900명의 한독 전 임직원이 서울광역치매센터와 강남구 치매안심센터가 실시한 치매교육을 이수했다. 신규 입사자는 치매교육을 받고 '기억친구'가 돼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구체적인 대응방법을 갖고 치매 환자와 가족 돕기에 나서고 있다.
한독 김영진 회장은 "임직원이 월급에서 쪼개 십시일반 모은 돈을 보람된 일에 쓰게 돼 흐뭇하다"며 "치매는 100세시대를 누리게 될 현세대가 가장 걱정하는 잠재적 건강문제로 그저 개인과 가정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사회가 예방과 조기발견·조기치료를 위해 사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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