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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공개된 개헌안 초안은 생명권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생명권 논쟁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사형제와 낙태죄 폐지를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사형제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고 헌법재판소도 낙태죄 폐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어 관련 갈등 및 논쟁도 거세지고 있다.
■새헌법 '생명권' 구체적 명시
8일 인권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올해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생명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헌법 개정안 12조에는 '모든 사람은 생명권을 가지며, 신체와 정신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됐다.
현행 헌법 조문은 생명권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어 헌법 10조의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에서 간접유추하거나 헌법재판소 판례를 통해 생명권을 인정하고 있었다. 이에 개정안에서는 생명권을 명문화해 인정 폭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생명권에서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사형제와 낙태죄 폐지 논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제 집행을 하지않고 있고 낙태는 일부 예외사항이 없다면 형사처벌을 받고 있다.
이르면 사형 집행은 올해 안에 공식적으로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는 12월 12일 '세계 인권의 날'에 사형 집행을 중단하기 위한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권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 형식으로 직접 사형 집행 중단을 선언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낙태죄 역시 위헌 여부를 가리는 헌법소원 공개변론이 5월 24일 열리면서 논쟁이 점화됐다. 특히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청와대 국민입법 청원이 23만명을 넘어섰고 임신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가 열리는 등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심도있는 인권 논의 이어질 듯"
일각에서는 개헌안에 생명권이 명시되면서 사형제와 낙태죄가 페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생명권을 도입한다고 해서 사형제와 낙태죄가 바로 헌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향후 찬반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개헌안 발표 직후 "생명권이 헌법에 들어간다고 해서 낙태가 자동적으로 위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태아의 생명 보호를 어떻게 할지는 법률에 맡겨진다"고 설명했다.
진성준 당시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도 "천부인권적 권리로 부당하게 생명권을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를 규정한다는 의미"라며 "현재 사형제가 위헌이 아니라고 하는 결정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헌법 개헌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가 불붙으면서 생명권 논쟁도 급속도로 확대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6·13 지방선거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개헌론을 이슈화시키고 있다.
고문현 헌법학회장(숭실대 법학과 교수)은 "헌법 개헌안에서 생명권이 명시되면서 관련 법률을 정비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번 기회로 좀 더 생명권에 친화적인 국가로 대외적으로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고 인권에 대해서도 심도깊은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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