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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청회' 한국대표 "자동차관세, 한·미 FTA 혜택 근본적 훼손"

'美 공청회' 한국대표 "자동차관세, 한·미 FTA 혜택 근본적 훼손"


"자동차 232조(무역확장법) 조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의 혜택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미국 상무부에서 8시간 가량 진행된 '자동차 232조' 공청회에서 정부를 대표해 "한·미 FTA(개정)를 통해 이미 공정하고 상호 호혜적인 교역여건이 조성됐다"며 232조 조치에 반대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美 '자동차관세'땐 FTA 혜택 사실상 사라져
미국 정부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무역확장법 232조를 명분 삼아 자동차 관세를 강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은 지난 4월 철강관세 25% 부과때 같은 패턴으로 공청회를 거쳐 '관세 부과'를 담은 국가안보 조사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에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는 이르면 9월초 미국 노동절 이전에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25%와 국가별 쿼터제 등 미국의 자동차 수입규제가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지난해 대(對)미 자동차 수출은 146억5000만달러, 자동차부품 56억6600만달러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21.4%, 8.3%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고용의 12%가 자동차 산업이다. 특히 우리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에 상당부분 양보한 끝에 최종 타결수준에 이른 FTA 개정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된다. 이와관련 백운규 산업부 장관도 전날 제주포럼에서 "미국과 자동차 분야에서 분쟁이 생기면 한·미 FTA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미국과 호혜적이고 신속한 FTA 개정으로 국익을 우선했다는 점을 강조해오던 정부의 통상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당부분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강 차관보는 이날 공청회에서 "FTA로 한·미 자동차(승용차) 관세가 이미 철폐됐다. (올 상반기) 개정 협상에서 원칙적 합의로 자동차 안전기준 인정범위 확대, 픽업트럭 관세철폐기간 연장 등 미국 측의 자동차 관련 관심사항이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 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핵심 안보동맹국이자 신뢰할 수 있는 교역 상대다.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자동차기업들은 100억달러 이상 미국에 투자했다. 1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對)미국 수출 주력차종은 중소형차 위주로 픽업트럭과 SUV 위주인 미국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강 차관보는 자동차 산업과 국가안보간 연관성이 없다면서 미국 국가안보 이익에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며 232조 조치에 반대했다.

■"한국기업 美 산업 고용에 크게 기여"
한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해 공청회에 참석한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무역제한조치가 부과될 경우 상당기간 대체생산이 어려워 미국 시장 위축 및 소비자 부담 증가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한국산 자동차는 미국시장내 점유율이 미미하며 소형차 위주로 미국차와 직접적인 경합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한국산 자동차부품은 미국 자동차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앨라바마 공장에서 일하는 현대자동차 직원도 공청회에서 "경기침체때도 현대차는 인력조정 없이 미국 근로자와 함께 했다"면서 현대차가 미국 지역 경제에 기여한 것을 직접 경험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차가 △미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절반 가량을 현지 생산 △앨라배마 생산 자동차의 20%는 제3국으로 수출 △협력사 포함 2만5000명의 직접고용 및 4만7000명의 간접고용을 창출 △엔진·트랜스미션 등 핵심부품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등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직원은 "미국이 수입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가격 상승과 생산·판매 감소로 앨라배마주의 일자리가 줄 어들 수 있다"며 232조 조치를 반대했다.

LG전자 미국 배터리팩 생산법인에서 일하는 판매직원도 공청회에서 자동차 관세가 전기자동차 글로벌소싱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직원은 "LG전자가 미국 기업에 공급하는 배터리팩 등 전기자동차용 부품 생산공장을 미국내 건설하고 있다. 3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국산 전기 자동차의 성장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EU·日 등도 "美 경제에 악영향"..미 업계도 "관세 반대"
이날 미국 상무부가 절차상 개최한 공청회에는 한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국가, 자동차 관련 협단체, 주요 업계 등 44개 기관에서 참석해 '자동차 232조' 조치에 대한 반대와 우려를 성토했다.

EU,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주요국 정부는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수입과 미국 국가 안보간의 연관성이 없다. 수입규제 조치시 보복관세 등을 유발해 오히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미국내 자동차 협단체도 동맹국으로부터의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관세 부과시 자동차 부문 일자리 감소, 투자 저해, 생산·판매 감소, 수출 억제 등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미국자동차정책위원회(AAPC), 자동차제조연맹 등 일부 자동차업계는 관세 부과 대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현대화, EU와의 무역협상 등 신규 FTA 체결 등을 대안으로 제안했다.

이날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아직은 232조 조사가 실제 조치의 권고로 이어질 지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은 자율주행차, 연료전지 등 신기술이 중요한 분야로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