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보좌관(수행 비서)인 알렉상드르 베날라.AF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현직 보좌관이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관 행세를 하며 시민을 폭행한 사건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문고리 권력'에 취한 젊은 보좌관이 대통령의 측근임을 내세워 법을 무시하고 직권을 남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최악의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프랑스 하원은 지난 20일 마크롱 대통령의 보좌관(수행 비서)인 알렉상드르 베날라(26)의 노동절 집회 시민 폭행과 경찰관 사칭 등의 의혹에 대해 국정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23일 제라드 콜롱 내무장관을 청문회에 소환했다.
야당들은 경찰을 관리·감독하는 콜롱 내무장관이 대통령의 측근이 권한을 남용하고 월권하는 것을 묵인했다며 콜롱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콜롱은 각료 중에서도 마크롱의 측근 그룹에 속하는 인물이다. 베날라는 마크롱의 대선 후보 시절 사설 경호원 출신으로 마크롱의 집권 뒤 엘리제 궁에 보좌관으로 입성했다.
그는 대통령 경호실 소속은 아니지만, 수행 비서로서 그림자처럼 대통령의 옆을 지키면서 의전과 경호에 깊숙이 개입해왔다. 실제로 마크롱의 공식 외부일정과 사저에서의 휴가 때도 베날라는 항상 마크롱의 옆을 차지했고, 대통령경호실(GSPR)도 베날라의 위세에 눌려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청문회에서 대통령 보좌관이 지난 5월 1일 파리 시내 노동절 집회에서 경찰 헬멧을 쓰고 경찰관들과 함께 진압작전에 참여한 이유와 시위대를 과잉진압하고 폭행한 이유 등에 대해 콜롱 장관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19일 일간 르몽드가 올해 노동절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을 베날라가 경찰 행세를 하며 폭행하는 장면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사복 차림에 경찰의 시위진압용 헬멧을 쓴 베날라는 경찰관들과 함께 집회 현장을 돌아다니다가 젊은 남성의 목을 잡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다른 한 여성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 영상이 공개되자 야당들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에게 보좌관의 직권남용과 경찰관 사칭, 폭력 행위를 비난하며 진상조사와 광범위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감찰조사에 착수한 경찰은 베날라에게 파리 시내의 CCTV 영상 기록을 무단으로 제공한 3명의 경찰관, 지휘체계에 있는 2명의 경찰서장을 직위 해제했다.
이들은 경찰관 신분이 아닌 베날라의 요구에 별다른 절차도 없이 노동절 집회의 CCTV 영상을 제공하거나 베날라의 월권을 묵인·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베날라는 엘리제 궁에서 과도한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엘리제 궁 예산으로 파리 시내 고급 아파트를 임차해 숙소로 사용했고, 기사가 딸린 고급 차량까지 이용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자 사안을 이미 인지한 엘리제 궁과 내무부가 대통령의 측근에게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사건을 은폐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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