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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마녀사냥 끝나면 하겠다" 트럼프-푸틴 2차 회담 내년 이후로

백악관, 회담 연기 밝혀.. ‘뮬러 특검’ 연내 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가을에 열기로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2차 단독 정상회담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이달 1차 정상회담의 '저자세 외교'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한 2차 회담으로 반발 여론을 뒤집으려 했으나 거세지는 비난과 미지근한 러시아의 태도에 뜻을 굽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다음 양자회담이 러시아 마녀사냥이 끝난 다음에 열려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측과 내년 초 이후에나 회담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마녀사냥'이라는 표현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미 대선 당시 러시아의 개입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를 언급할 때 자주 쓰던 표현이다. 지난해 5월에 출범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은 이미 이달 선거 개입 혐의로 러시아 정보요원 12명을 기소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 및 수사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AP는 이날 볼턴 보좌관의 성명에 대해 적어도 올해 안에 특검 수사가 끝난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 연기로 인해 다시금 체면을 구겼다. 지난 16일 1차 회담 직후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특검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옹호해 논란을 샀던 그는, 사흘 뒤에 트위터와 백악관을 통해 볼턴 보좌관 주도로 워싱턴DC에서 열리는 2차 회담을 준비중이라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여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위스콘신주)은 24일 기자들과 만나 "푸틴 대통령이 워싱턴DC를 방문하더라도 상·하원 합동 연설에 초청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무안하게 만들었다.

러시아 역시 올 가을 정상회담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미국에는 자신들의 야망을 위해 미·러 관계를 쉽게 희생시키려 하는 세력이 있다"며 1차 회담 이후 미국 내 반(反)러시아 여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도 회담 연기 발표 전날 기자들에게 "1차 정상회담 이후 회담 결과에 대한 분위기가 어떤지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일단 먼지가 가라앉고 난 다음에 양국 간 현안들을 또렷하게 논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