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자 동네주민 사랑방으로…상권에도 새 활기
휴게공간 '가드닝카페' 등 편의시설 8시까지 이용가능
컬처뱅크 3호점의 입구 전경 (사진 위쪽).
은행영업 시간 중의 컬처뱅크 모습. 고객 대기 공간이 은행 창구의 딱딱한 모습에서 탈피해 카페처럼 꾸며졌다. 은행 영업시간이 끝나면 문을 닫아 창구쪽만 가리고 나머지 공간은 저녁 8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은행의 변신이 조용한 아파트 상가에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위치한 레이크팰리스 아파트 상가 2층에 컬처뱅크 3호점을 낸 KEB하나은행. 레이크팰리스 상가는 2678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끼고 있지만 상가의 분위기는 인근 아파트와 달리 조용한 편이다.
이달초 평일 저녁 이곳을 찾았을 때 은행이 위치한 2층 상가에는 유동인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점포는 학원과 피부관리실, 세탁소였고 가게안을 들여다봐야 운영 중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했다. 또 유동인구가 판매량을 결정하는 아동복가게 등은 평일 오후인데도 가게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일 하나은행이 이곳에 컬처뱅크 3호점을 내면서 2층 상권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하나은행이 위치한 곳은 2층 초입으로 상권 전체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곳이다.
이곳에 하나은행은 화원을 방불케하는 가드닝카페를 열었다. 수십개의 화분과 커피숍, 곳곳에 마련된 휴게공간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한쪽 벽 너머로는 영업을 끝낸 은행 창구가 보였고 맞은편에는 혼자 공부하는 이른바 '혼공족'과 아기를 데리고 나온 가족들,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이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과거엔 4시 이후 굳게 닫힌 은행문만 보였던 이 곳이 동네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같은 변신은 은행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과거와 달리 더이상 은행 지점은 환영받는 세입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 건물주들이 카페나 음식점처럼 밤 늦게까지 유동인구가 많은 업종을 선호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4시만 되면 문을 닫으니 건물주들은 상권 전체가 죽어보인다는 걱정을 하곤 한다"면서 "지점 축소와 함께 1층에서 2층으로 옮겨가는 지점들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앞서 출점한 컬처뱅크는 방배서래점과 광화문역점 2곳이다.
이들은 도심속 문화공간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3호점의 의미는 조금 더 특별하다.
기존 번화가가 아닌 일반 아파트 상가에, 주민들의 휴게공간을 마련한 셈이기 때문이다. 컬처뱅크 3호점의 영업시간은 일반 지점과 동일한 오전 9~오후 4시. 하지만 은행이 문을 닫더라도 카페와 편의 시설은 저녁 8시까지 사용할 수 있다.
하나은행 측은 "조만간 이곳에서 주민들을 위한 가드닝 클래스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연내 라이프스타일편집샵, 외국인 사랑방 등을 테마로 한 새로운 컬처뱅크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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