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사는 직장인 A씨가 미국으로 급히 출장을 가게 됐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세 가지가 있다. 김해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거나, 부산역에서 KTX를 타거나, 아니면 동부터미널에서 공항버스를 타도 된다.
어느 쪽이 가장 유리한 선택일까. 시간을 아끼려면 김해공항으로 가야 한다. 직접소요시간(교통수단 이용 시간)만 따지면 비행기가 1시간40분(김포~인천공항 간 이동시간 포함), KTX 3시간40분, 공항버스 5시간으로 비행기가 가장 유리하다. 돈을 아끼려면 공항버스가 좋다. 공항버스가 4만1800원으로 비행기(7만6200원)나 KTX(7만2000원)보다 훨씬 싸다. KTX도 뛰어난 정시성으로 호감이 가긴 하지만 시간과 경비 면에서 모두 어정쩡하다.
지방 대도시 몇 곳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KTX가 생긴 것은 2014년 6월이다. 이때부터 경부선 12회, 호남선 4회, 경전선·동해선·전라선 각 2회 등 하루 22회 인천공항을 오갔다. 지방에서 해외로 출국할 때 편리함 때문에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다음달부터는 노선이 없어진다. 승객 부족으로 인한 적자 운행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들 노선의 운행은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경강선(강릉∼인천공항) KTX 운행을 이유로 지난 2월부터 잠정 중단됐었다.
인천공항 KTX는 도입 전부터 경제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다. 일부 구간을 신설하고 나머지 구간은 기존 노선을 고속화하는 방식으로 3000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승객 수는 하루 평균 3433명으로 전체 운행 좌석(1만4970석)의 23%에 불과했다. 좌석 10개 중 8개는 손님 없이 운행된 셈이다. 이 열차를 운행하느라 승객이 충분한 일반 KTX와 공항철도의 운행횟수가 줄어드는 바람에 이용객 불편과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았다.
처음부터 무리한 계획이었다. 국책사업 예비타당성 조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 사업이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93으로 기준(1)에 미달했다.
그럼에도 국토부와 인천시가 밀어붙였다. 결국 국민혈세 3000억원만 날렸다. 인천공항 KTX는 선심성 국책사업이 낳은 또 하나의 실패사례로 남게 됐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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