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협의 설명회·의견 수렴.. 노동부 발간 사례집에 실려
"사측·노조 공지 못받았다" 전환 탈락자 주장과 차이 커
‘공정채용 실현’ 명시 논란.. 노동부 "단순 사례집일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둘러싸고 내홍을 겪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우수 정규직 전환 사례'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사례집을 발간한 노동부는 "단순 사례집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사례집에서 '공정채용을 실현했다'고 명시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 7월13일 24면 참조>
■'공정채용 실현' 우수 정규직 전환 선정
노동부는 지난달 19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사례집'을 발간하고 5개의 우수 전환 유형에 따른 14개의 공공기관을 선정했다. 이 중 항우연은 '직무특성에 따른 고용승계와 공정채용의 조화' 사례 중 하나로 뽑혔다.
5일 사례집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해 11월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3월 전환 계획을 확정지었다. 이 과정에서 100명 중 73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됐다. 전환 탈락자는 사업기간이 명확히 정해진 프로젝트에 한정됐다는 것이 사례집의 설명이다.
정규직 전환 제외 대상 27명 중 육아휴직 대체자 등 5명 제외한 22명은 모두 특수사업직이다. 특수사업직은 사업 단위가 큰 항공.우주 산업 특성상 정부 사업의 사업단장과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항우연은 차세대 위성항법보정시스템(SBAS)사업단, 무인이동체사업단이 별도의 사업단으로 속해 있다.
사례집에서 노동부는 항우연이 탈락 대상 선정 과정에서 △노조와 긴밀히 협의해 전환 대상자를 위한 설명회 개최 △직무분석을 위해 철저한 자료검토와 의견 수렴을 해 '공정채용'을 이뤄냈다고 평했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에 배제된 비정규직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우선, 이들은 항우연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와 노조가 자신들의 입장을 들어보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SBAS 사업단의 A연구원은 "특수사업직은 노조에 1명만 속해 있어 전환 제외 직군과 절차에 대한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했다"며 "실제 탈락 소식을 접하고 이의제기를 하려 했으나 사측과 노조에서는 감감 무소식이었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2018년 2분기 항우연의 노동조합원 603명 중 정규직이 549명, 비정규직.무기계약직이 54명이다. 이 중 정규직 전환에 탈락한 특수사업직은 1명(행정직)에 불과하다.
■노동부 "큰 틀에서 정규직 전환 완성"
전환 대상자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설명회도 '통보'에 불과했다는 게 연구원들의 주장이다. 무인이동체사업단의 B연구원은 "당시 주요 쟁점이었던 특수사업직군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해 위원회에 질의하자 인사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할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이의제기 절차에 대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결국 지난달 24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노사정이 처음 모여 면담을 가졌으나 양측은 입장을 좁히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노동부 측은 단순 사례집인 점을 강조했다. 노동부 공공부문정규직화추진단 관계자는 "지난 6월 사례 대상 기관을 선정할 당시부터 항우연에 논란이 있는 점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쟁점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사례를 통해 담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항우연은 문제를 설정하고 100%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정규직 전환의 문제를 완성했기 때문에 사례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앞으로 현장에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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