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매둔 동굴유적에서 구석기 시대의 어로활동 보여주는 유물 등 출토
【정선=서정욱 기자】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에 자리한 석회암 동굴을 조사한 결과 1층부터 4층까지 형성된 구석기 시대 퇴적층이 확인되었다.
7일 정선군에 따르면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 연세대학교박물관이 지난 6월부터 약 40일에 걸쳐 진행된 올해 발굴조사는 동굴 안쪽의 구석기 문화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석기 시대 퇴적층에서 사슴, 노루, 사향노루, 산양, 곰 등의 대형 동물 화석과 갈밭쥐, 비단털쥐, 박쥐 등의 소형 동물 화석이 발견되었다.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 매둔동굴에서 발견된 구석기시대 그물추. 사진제공=연세대학교박물관
또한, 참마자, 피라미 등으로 보이는 작은 물고기 등뼈와 새 뼈 등 자연유물 화석도 출토되었다.
인공유물로는 주로 석회암 또는 규암을 이용하여 만든 뗀석기를 비롯하여 여러 점의 그물추(어망추)가 발견되었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작은 자갈돌을 이용하여 만든 그물추다. 그물추는 1층에서 3점, 2층에서 1점, 3층에서 10점 등 총 14점이 발견되었으며, 거의 대부분은 석회암으로 된 작은 자갈돌을 이용하여 제작하였다.
현재까지 발견된 그물추는 공통적으로 모루망치떼기(양극타법) 방법으로 제작되었으며, 특히, 3층의 경우 부릿날 석기와 격지(剝片) 등이 함께 나왔다.
조사단은 3층 하부에서 수습한 나무숯 조각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2만 9천 년 전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고, 이러한 연대값이 사실일 경우 매둔 동굴 유적에서 발견된 후기 구석기 시대의 그물추는 인류의 물고기잡이 역사에서 가장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유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가장 오래된 그물로는 핀란드와 러시아의 접경지대에서 발견된 버드나무 속껍질로 만든 중석기시대의 안트레아 그물(Antrea Net)(약 9천여 년 전)과 일본 후쿠이현의 토리하마 조개더미(패총)에서 발견된 약 1만 년 전의 그물추, 그리고 청주 사천동 재너머들 유적에서 출토된 약 1만 년 전의 그물추 등이 있다
7일 정선군은 강원도 정선군 남면 낙동리에 자리한 석회암 동굴을 조사한 결과 1층부터 4층까지 형성된 구석기 시대 퇴적층이 확인되었다 고 밝혔다. 사진제공=연세대학교박물관
또한, 그물을 이용한 어로 활동이 후기 구석기 시대에 존재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앞으로 구석기 시대 생계 수단과 먹거리를 복원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구석기 시대 1층의 상부에서는 사람의 손가락뼈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뼈는 둘째 또는 셋째 손가락의 3번째 끝마디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발굴조사를 추진한 연세대학교박물관은 “앞으로 더 많은 연대측정 자료를 확보·분석하고 인류사에 있어서 그물을 이용한 물고기잡이가 언제 시작되어 어떻게 주변으로 확산되었는지 밝히기 위한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syi23@fnnews.com 서정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