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겹치면서 수달 서식지 마다 밤낚시꾼 가득
태화강계 20여 마리 수달 서식...먹이활동 어려움
일부 몰지각 낚시꾼들 접근 막으려 돌까지 던져
울산 태화강 중류인 언양읍 구수리~반천리 일원에서 무인센스카메라에 포착된 수달의 모습. 태화강에서는 2006년 처음으로 수달의 서식이 확인됐으며 사진의 수달은 이듬해인 2007년 1월에 포착된 수달이다. 2018년 현재 태화강계에는 약 20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울산시는 추정하고 있다./사진=울산시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 태화강에 낚시꾼이 급증하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인 수달이 생존 위협을 겪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7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반천리 주민들에 따르면 태화강 중류지역인 반천현대아파트~무동교~사연교~선바위교 일대에 평일은 물론 주말이면 수 십 명의 낚시꾼들이 몰리면서 수달의 서식지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은 태화강 유지수와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보가 설치돼 있어 붕어와 잉어, 누치 등 다양한 민물어류가 다량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휴가철 등을 맞아 낚시꾼들의 밤낚시가 급증하고 있다.
그런데 낚시꾼이 늘어나면서 이곳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수달(천연기념물 제330호)이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낚시꾼들이 하천 연안을 모두 차지하면서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은 낚시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막대기와 돌을 던지며 내쫓는 등 수달에게 위해를 가하기 때문이다.
수달은 낮에 굴에서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하고 밤에 강으로 내려와 물고기 등을 잡아먹는 야행성 동물로, 붕어를 대상어종으로 하는 낚시꾼들과 매일 밤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태화강계에 서식하는 수달은 2006년 처음 발견됐으며 현재 개체 수는 약 20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울산시 울주군 반천리 태화강 중류에 최근 낚시꾼들이 대거 몰리면서 이 일대에서 서식하는 멸종위기 1급 수달이 위협다고 있다. 하천 연안이 낚시꾼들이 모두 차지하면서 먹이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데다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수달이 쫓기위해 위해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화강 사연교 부근에도 밤낮없이 낚시꾼이 몰리고 있다. 이 일대도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확인됐지만 최근 낚시꾼의 증가로 수달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 수달이 먹이활동을 하고 쉬는 강 건너편 바위까지 낚시꾼들이 보트를 이용해 접근하고 있다.
하지만 낚시행위를 금지하는 등 수달과 수달 서식지 보호를 위한 마땅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울산시가 수달 서식지라는 입간판을 설치해 수달 보호를 당부하기도 했지만 오래전 일인데다 현재는 입간판조차 철거되고 없다.
일각에서는 수달 보호를 위해 이 일대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수달 보호와 관련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는 지난 2006년 경남 진주시 진양호 일대 26.20㎢ 야생동물특별호보구역으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는 DNA분석을 통해 약 20마리의 수달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구례 섬진강 일원에서도 20마리의 수달 보호를 위해 이 보다 앞선 2001년 구례군 문척·간전·토지면 일원(1834㎢)을 섬진강 수달서식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한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낚시인구가 등산인구를 앞지르는 등 최근 낚시가 취미와 스포츠로서 국민들에게 크게 각광받다보니 무턱대고 낚시를 금지하는 것도 부담이라는 것이 울산시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 오기철 박사는 “수달이 물고기 살림망을 찢고 낚시꾼이 잡아놓은 물고기를 훔쳐가는 일이 종종 보고되는 등 낚시꾼에게 수달은 달갑지 않는 존재이기는 하나 위해를 가하지 않는 한 위험하지 않다”며 “수달은 서식지 주변에서 낚시가 지속되면 이를 인지하고 낚시꾼을 스스로 피해가는 영리한 동물인만큼 별도의 대책이 마련되기 까지는 낚시꾼과 수달이 공존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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