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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전 음주운전 처벌 전력 숨기고 '명예전역' 신청한 중령

예비역 중령, 국방부 '명예전역 비선발 결정'에 행정소송 냈으나 패소 

24년전 음주운전 처벌 전력 숨기고 '명예전역' 신청한 중령
지난해 3월 전역한 예비역 중령 A씨. 그에게는 비밀이 하나 있었다. 군 복무 중이던 1993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이다. 장교 인사관리 규정상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분을 받은 경우 직속 지휘관에 즉시 보고해야 했으나 그는 이 사실을 숨겼다.

시간이 흘러 A씨는 전역을 2개월 앞두고 명예전역을 신청했다. 당시 시행계획에 따르면 음전운전 단속에 적발돼 소속부대에게 적발사실을 보고하지 않은 군인은 불성실 근무자로 구분돼 명예전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는 국방부의 명예전역수당지급 대상자 선발에서 빠지자 국방부 중앙군인사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소청위는 '군인 신분을 은닉하고 민간법원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점에 대해 명예전역심사위원회에서 비선발 결정을 했다'며 A씨가 제기한 소청을 기각했다.

이에 A씨는 "무려 24년 전의 일을 명예전역 선발심사의 기준으로 문제 삼아 당연히 부여받아야 할 이익을 박탈한 것"이라고 반발, 이는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위반된다며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소급효금지란 불이익 처분을 할 때는 행위 당시의 법규에 의해야 하며, 법규 시행 전 행위를 처벌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그는 또 국방부의 처분은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국방부의 결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엄격한 기강이 요구되는 군 조직의 특성상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방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명예전역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가 군인으로서의 신분에 내재돼 당연히 보장되는 재산권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A씨에 대한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의 근거가 된 국방인사 관리 훈령 조항도 국방부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하므로 과거에 있었던 사실을 이유로 삼았다는 점만으로 소급효금지의 원칙에 어긋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형사처벌을 받고도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군인들이 명예전역 비선발 처분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었던 점 등에 따라 A씨의 재량권 일탈·남용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국방부는 과거부터 음주운전을 엄격히 금지해 왔고, 이를 인사관리에 반영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는 지난 2014년 음주운전 형사처벌을 지휘관에게 보고하지 않아 육군참모총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어 명예전역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신뢰위반원칙에 어긋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