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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쌈짓돈' 논란을 촉발시킨 국회 특수활동비 존폐를 두고 거대양당과 소수정당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국회 특활비를 두고 유지는 하되, 카드를 사용하는 등 '양성화'시키자는 입장인 반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특활비 자체가 '부당한 특권'이라면서 아예 폐지하자며 맞서는 형국이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사무처는 전날 2016년 하반기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해 결국 항소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를 두고 여야간 의견이 엇갈리기보다는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 그리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앞서 지난 8일 올해 국회 특수활동비를 전액 반납하는 대신 모두 양성화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나머지 야당들의 비판 목소리고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평소에는 서로 물고 뜯으며 당리당략에만 치우쳐 싸우던 양당이 특활비라는 먹거리 앞에서는 이견없이 곧바로 합의를 봤다면서 '정치적 담합'으로 규정하며 비난을 퍼붓고 있다.
우선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국회가 두 차례에 걸친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2014년 이후의 특활비 집행내역을 비공개하고 있다"며 오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 국가 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입장이다.
참여연대도 "국회가 정보·기밀수사에 사용돼야 하는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지급받아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일말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영수증 증빙 처리만 하면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이 합의했다"며 특활비 즉각 반납과 내년 특활비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소수야당들의 비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은 특활비 폐지가 당론"이라면서 "특활비 수령 대상자인 바른미래당 소속 국회부의장, 두 명의 상임위원장, 그리고 원내대표인 제가 이미 특활비에 대한 수령 거부입장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도 특활비를 정의당처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데 반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이 두 거대 양당이 특활비를 포기하지 못하겠다고 한거다"며 "이건 거대 기득권 정당들이 자기들이 누려왔던 특혜는 절대 내려놓지 못하겠다고 하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도 전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한국당은 특활비 양성화라는 변칙적 야합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특활비 존폐를 둘러싸고 거대정당과 소수당간 의견이 엇갈리는 데 대해 '책임 영역'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신율 명지대학교 교수는 "거대양당과 소수당들과는 책임에 있어 차이가 있다. 책임을 느끼는 정당은 당위론 보다는 현실가능성에 집착하게 된다"며 "당위론은 당장 이야기하면 좋은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는 실현이 어려운 이야기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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