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 진행 대담 프로그램 '장르의 장르'
'하위 장르' 고민 통한 장르적 다양성 연구
안전가옥에서 진행한 장르문학 대담 프로그램 '장르의 장르' 현장. /사진=안전가옥 제공
#. 같은 판타지라도 '반지의 제왕'과 '해리 포터'는 다릅니다. '스타워즈'와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같은 SF라고 하는 사람 역시 없을 겁니다. 귀신이 나오는 호러와 좀비가 나오는 호러가 다르듯이 말이죠.
'해리 포터', '트와일라잇'에서 최근 '마블'로 대표되는 슈퍼 히어로물에 이르기까지. 한국 콘텐츠 소비자들은 외국의 다양한 문학 작품, 영화 등이 나올 때마다 "왜 우리는 저런 작품을 못 만들까" 부러워한다. 문학을 비롯한 한국 콘텐츠의 장르적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는 이유다.
얼마 전 괴담·호러 출판 전문 레이블 '괴이학회'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괴담집 후원글을 등록했다. 이 프로젝트는 마감을 7일 남긴 17일 현재 목표 금액 450%를 달성해 뜨거운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장르물에 대한 국내 마니아들의 갈증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장르문학 창작자를 위한 공간으로 출발한 성수동 안전가옥은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8차례에 걸쳐 대담 프로그램 '장르의 장르'를 진행했다. 장르물 창작자들과 작가 지망생, 독자들이 만나 '하위 장르'에 대해 고민하는 특별한 시도였다.
안전가옥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자리한 장르문학 창작자 지원 공간이다. /사진=조재형 기자
'장르의 장르'는 안전가옥이 기획한 첫 시리즈 프로그램이다. 주제는 '영 어덜트·시골 판타지·부드러운 추리·타임리프·평행우주·토속 호러·좀비 재난물·미스테리 호러·생명공학 SF'. 정이안, 왼손, 곽재식, 윤여경, 배명은, 임태운, 전건우, 김초엽 작가가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일반 대중이 처음 들어봤을 만한 장르가 많다.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장르문학'이라고 하면 대개 좀비물, 공포, 스릴러 등이 떠오른다. 다소 추상적이다. 기존에 출시된 작품들을 들여다보면 같은 장르지만 세밀한 차이가 크다. 안전가옥은 ‘세부 장르’를 고민하는 과정이 장르물의 다양성 확보와 이어진다고 본다. 어쩌면 장르문학이 진일보하는 길일지도 모른다.
안전가옥 매니저 김보경 씨는 "호러라고 해도 작가들이 생각하는 호러의 정의는 달랐다"고 전했다. '장르의 장르'를 기획한 안전가옥 커뮤니티 매니저 고은비 씨는 "장르문학 창작자 지원 공간이지만 그동안 그 색채가 덜 드러났던 것 같다"며 "대중이 주로 소비하는 장르물은 좀비물, 호러, 추리, 스릴러 등인데 세부 장르를 알아보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장르별 특성뿐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 과정, 개별 작가들의 경험과 정체성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고 씨는 "처음에는 재밌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이 유익했다고 해주셔서 뿌듯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담회 내용은 대담집으로 묶어 발간될 계획이다. 한국 장르문학 작품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는 관련 잡지를 빼면 거의 발표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만큼 단행본 출간은 의의가 있다.
김 씨는 "안전가옥이 생긴 지 이제 1년 정도 됐다. 그동안은 공간 운영과 커뮤니티 프로그램 위주였지만 앞으로 자체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발돋움하고 싶다"며 계획을 밝혔다.
ocmcho@fnnews.com 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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