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사전등록 하면 10배 빨리 찾아낸다
종전 발견까지 11.8시간 걸려.. 장기 실종·사고 노출 우려 커
지문 사전등록 땐 54분만에.. 배회감지기 1.2시간만에 발견
배회감지기
경찰관은 시민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공무원인 동시에 '공공의 안전'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정부기관이다. 일부는 경찰이 시행하는 정책에 대한 오해와 편견, 일부는 공권력이라는 인식 등으로 불신감을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본지는 경찰의 정책 및 방향, 각종 미담, 사건사고 등을 [경찰IN]이라는 고정물을 통해 격주로 보도한다. 이 고정물을 통해 권력에 대한 견제 뿐만 아니라 정책의 올바른 이해, 현장감 있는 경찰 등을 소개함으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치매 환자인 전모씨(68·여)는 지난 1일 지리산 백무동 계곡에서 가족들이 물놀이를 하는 사이 사라졌다. 전씨의 가족들은 실종 한 시간 가량 지난 오후 4시 34분께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실종자의 인상착의를 무전으로 알리는 등 계곡 일대를 수색했으나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다음날 경찰관 122명이 투입돼서야 실종지에서 3km 떨어진 배수로에서 전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전씨는 탈진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지난달 19일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날 저녁 막걸리를 사러나간 치매환자 배모씨(62)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노원경찰서 실종수사팀은 CC(폐쇄로회)TV 40여대를 확인한 끝에 28시간 만에 폐가 앞에 쓰러진 배씨를 발견했다.
■매년 늘어나는 실종 치매 노인
실종된 치매 노인을 찾는데 상당한 경찰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실종 시간이 길어지면 실종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치매 환자들에게 경찰에서 시행 중인 지문 사전등록제나 배회감지기 등의 신청이 요구된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치매 노인 실종신고는 2014년 8207건에서 2015년 9046건, 2016년 9869건, 지난해 10308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실종 1명당 평균 9명의 경찰관이 수색에 투입됐다.
치매 노인을 찾는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치매 노인 발견에 걸린 시간은 평균 11.8시간이다. 치매 노인이 인지 능력이 일반인보다 떨어지고 구체적인 목적지가 없는 탓이다.
보통 치매 환자는 실종 24시간이 지나면 장기 실종으로 이어지거나 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몸이 약한 노인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해 영양실조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지문 사전등록제·배회감지기 보급 필요
경찰은 지문 사전등록제와 배회감지기 무상보급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2012년 경찰은 실종 위험이 높은 어린이와 지적장애인,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지문과 얼굴 사진, 신상정보 등을 보호자로부터 신청받아 등록한 뒤 실종 사건 발생 시 신원 확인을 했다.
현재까지 사전등록 정보를 통한 발견사례는 447건으로, 2014년 36건에 불과했던 발견사례는 2017년 159건에 이르며 4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67명을 사전등록 정보를 통해 찾았다. 이중 치매 환자는 18%인 12명으로 기록했다. 지문 사전등록제의 경우 치매 환자를 54분 만에 찾아내 등록이 안 됐을 때 보다 13배나 빨리 실종자를 보호자로 인계했다.
배회감지기도 실종자 수색에 효과적이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배회감지기는 치매 환자의 목 등에 걸어주면 보호자 스마트폰에 환자의 실시간 위치가 전송되는 장비다.
지난해 경찰이 치매 노인 6000명에게 처음으로 배회감지기를 보급한 결과 25명이 실종 신고됐으나 전원 발견했다. 실종자를 발견하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1.2시간이다. 이에 경찰은 올해 10월까지 4000명에게 추가로 배회감지기를 무상으로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제도 모두 여전히 보급률이 낮아 홍보와 보급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전 지문 등록제는 올해 7월까지 치매 환자 54만4891명 중 13.8%인 7만5304명만이 사전 등록을 완료했다. 배회감지기도 치매 환자 숫자와 비교하면 보급률이 낮다는 지적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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