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박근혜, 2심서 형량 늘어난 결정적 요인은 '부정 청탁' 여부

박근혜, 2심서 형량 늘어난 결정적 요인은 '부정 청탁' 여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높은 형량을 선고받은 가장 큰 요인은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다. 이는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이 부회장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어서 향후 상고심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고법 형사4부(김문석 부장판사)는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달리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건넨 16억2800만원을 모두 뇌물로 판단했다.

■'부정한 청탁' 여부 1·2심 엇갈려
1심과 2심이 엇갈린 데는 '부정한 청탁'의 존재 여부에 대한 다른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1심은 청탁의 전제가 되는 삼성그룹의 포괄적 현안인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를 부인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개별현안의 추진 자체가 승계작업을 위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승계작업이 존재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승계작업의 의미에 대해 "이 부회장이 최소한의 개인자금을 사용해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들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해 사실상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도록 목표로 하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말한다"고 판단했다. 삼성그룹 내에서 추진된 각 개별현안들을 이러한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 과정에서 승계작업과 관련한 '묵시적 청탁'도 인정된다고 봤다. 묵시적 청탁은 '제3자 뇌물죄'로 기소된 영재센터 지원을 유죄로 판단할 수 있는 핵심 구성요건이다. 1심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2심은 면담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작업이라는 현안을 인식했고, 이후 정부 차원의 우호적 조치가 실시된 점을 들어 묵시적 청탁의 존재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의 영재센터 지원 요구는 지원 대상, 규모 및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돼 있다"면서 "삼성 측도 영재센터가 정상적인 공익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지원을 결정했다"며 대가 관계를 인정, 영재센터 후원금도 뇌물로 결론 내렸다. 다만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에 대해서는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1심과 같이 뇌물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 삼성 측이 건넨 승마 지원비를 뇌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소폭 달라졌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과 마필 구입비 70억여원은 유죄로 봤으나 보험료 2억여원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보험계약상의 이익이 삼성전자에서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판단들이 합쳐져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총 뇌물인정액은 1심 142억여원에서 156억여원으로 약 14억원 늘어났고, 형량과 벌금액수도 증가했다.

■박근혜 2심 판결, 이재용 상고심에 영향 줄까?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이 부회장의 상고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이번 판결과 마찬가지로 포괄적 현안인 경영권 승계와 이로 인한 묵시적 청탁을 모두 인정, 영재센터 지원금을 뇌물인정액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묵시적 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영재센터 지원금과 관련된 혐의도 유죄에서 제외됐다. 대법원이 박 전 대통령의 2심 판단을 받아들여 이 부회장의 영재센터 지원 혐의도 유죄로 본다면 뇌물 관련 혐의 액수가 늘어나게 된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