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낙석 위험 커 893m 우회도로 개설 추진 중
환경단체, 용머리 해안 원형 훼손 ‘제2비자림로’ 반발
경관훼손 커 3차례 보류 끝에 도로 개설 조건부 허가
천연기념물·세계지질공원 지정 '응회암층‘ 곳곳 파괴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을 잇는 응회암 절단중 /사진=용머리대책위
[제주=좌승훈기자]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장공사에 따른 삼나무 숲 훼손을 두고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이 현재 진행 중인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우회도로 개설공사가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된 용머리 해안 원형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며 공사 철회를 촉구했다.
용머리 난개발 저지 대책위원회(공동대표 고창훈·오승학·이상기, 이하 용머리대책위)는 26일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와 사계리 간 4차선 도로 확장공사가 산방산 앞에 있는 용머리 해안 암반 파괴 직전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계획됐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책위는 아울러 "산방산은 암벽식물지대가 천연기념물 제376호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7호이고, 용머리는 천연기념물 제526호이자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도 지정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방산 우호도로 공사 현장. 서귀포시는 낙석위험이 큰 안덕면 사계리 산방산 진입로를 대체할 길이 893m의 우회도로 개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서귀포시
대책위는 "산방산과 용머리는 제주 최고의 해안절경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라며 “이번 건설공사가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 암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일대는 급경사지에서 크고 작은 낙석사고가 잦아 인명피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서귀포시는 2014년 9월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 고시한 후, 문화재청에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그러나 산방산의 경관가치 훼손 등의 이유로 3차례나 보류 판정을 받은 끝에, 4차 심의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아 2015년 11월부터 급경사지 정비사업이 발주됐다.
공사 구간은 길이 총 893m에 폭 10,5m다. 총 사업비 157억원을 투입해 3차분으로 나눠 진행 중인 공사는 현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연내 완료될 전망이다.
산방산 우회도로 확장 건설현장과 도로확장 공사과정에서 파괴된 용머리 천연기념물 응회암층.
대책위는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허가 당시 천연기념물 보호를 위해 기존 도로에 인공덮개 터널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서귀포시는 경관 등을 이유로 우회도로 건설과 용머리 암반 밑 터널을 주장했다“면서 ”결국 용머리 암반 중 꼬리부분을 파괴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산방산과 용머리가 하나로 연결된 지질명소인데, 이 공사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며, 공무원들의 유네스코 유산 관리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세계지질공원 총회 유치 명분도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용머리 해안을 주민설명회도 없이 토지주의 요구에 의해 운동오락시설 허가를 고시한 것은 역사와 후손에 죄를 짓는 행위이므로 당장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수십만 년 전에 형성된 산방산과 용머리 천혜의 자연환경을 도로건설과 운동오락시설 등의 개발행위로 훼손하기보다 원형 자연 그대로를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면서 공사 중단을 거듭 촉구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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