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 손 인사 “동료의식” VS “안전이 더 중요”
-정부, 따로 손 인사 자제 권고는 없어
-전문가 “안전 위해서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사진=인터넷 캡처
마주 오는 버스에게 손을 드는 운전기사를 점차 보기 어렵게 된다. 높아진 안전의식 속에서 일부 운수회사는 버스기사들 간 손 인사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일부 버스기사들은 인사가 관례로 여겨지고 위험도 크지 않다면서 회사 측의 과도한 처사라는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 “그간 손 인사 규제는 없어”
“손 인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에요. 서로 안전하자는 뜻으로 시작됐습니다.”
29일 서울 송파구 모 차고지에서 만난 15년차 버스기사 이행석씨(41)는 손 인사가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손 인사는 과거 전화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마주 오는 버스에게 보내는 사인 같은 거였다”며 “버스는 노선이 일정해 항상 비슷한 시간 장소에 다른 버스와 마주친다. 자신 주행과 배차간격을 확인하고 앞뒤차가 혹시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서 유래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운전기사들은 손 인사를 아예 막는 건 이해가 어렵다고 전했다. 12년간 버스를 운전한 김모씨(59)는 “비교적 경력이 짧은 마을 버스기사 같은 경우는 손 인사를 하지 못 하게 하는 회사도 있었다”며 “하지만 버스기사를 하면 맨홀이 몇 개인지 길이 파인 부분이 어딘지 다 알게 된다. 손을 마구 휘젓는 과도한 인사가 아닌 이상 무조건 위험하다는 것은 억지”라고 했다.
경력 5년 버스기사 박모씨(45)는 “하나의 문화일 뿐 안전 운운할 정도는 아니다”며 “과거에 비해 안전의식이 높아지며 인사를 안 하는 경우도 많다. 상식적으로 운전자가 인사 할 수 있는 상황에서만 하지 위험한 교차로에서 인사를 우선시 하겠느냐”고 볼멘소리로 말했다.
정부는 버스기사 손 인사와 관련해 따로 위험하다는 캠페인을 벌이지는 않는다. 서울, 경기도는 따로 손 인사를 경고하는 지침을 내리진 않았다고 밝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완전한 전방 주시 태만이나 과도한 위험이 아니라 규제만을 말하긴 애매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운수회사와 일부 기사들은 손 인사 주의를 당부한다. 흥안운수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이춘기씨(61)는 “전방주시가 최우선이라고 교육한다"며 "하지만 운전자 문화이기 때문에 정차돼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주행 중에는 안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0년차 버스기사 이정수씨(40)는 “위험할 수 있는 건 사실”이라며 “기사들도 이를 알고 주의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교통안전 전문가 “위험할 수 있어, 자제 필요”
손 인사가 사고를 부른 경우도 있다. 지난해 4월 울산 남구에서 버스기사가 손 인사를 나누다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버스를 들이받았다. 상대 운전자 1명이 숨지고 승객 2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로 기소돼 울산지법에서 금고 10월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손 인사가 사소할 수 있지만 안전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제호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손 인사는 전방주시 태만과 연결될 수 있다”며 “편도 2차로 속도제한은 시속 60km다.
초단 이동거리를 따져보면 1초에 16.6m”라고 우려했다. 이어 “핸드폰이나 라디오 조작만큼은 아니지만 분명 위험한 부분이 있다. 자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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