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8월부터 신용카드사에 정률제 기반 밴(VAN)수수료율을 적용한 것과 관련, 적정성 점검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8월부터 실시할 예정이던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재계약시 수수료율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적정성 점검은 오는 10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협상이 12월부터 예정돼 있어 금감원이 10월부터 점검을 나온다 해도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7월 말부터 소액결제업종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영세.중소 및 특수가맹점을 제외한 일반가맹점에 밴수수료 정률제를 시행토록 했다.
당시 약국, 제과점 등 골목상권의 수수료율은 내리는 반면 백화점, 면세점, 종합병원 등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은 올려 가맹점간 수수료율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카드사가 시장에서 슈퍼갑(甲)격인 우월적 지위를 지닌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을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입장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소액결제가 높은 일반가맹점에 밴수수료 정률제 적용으로 수익이 감소되는 부분을 대형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올려 보전하라고 하는데 사실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카드사에 수수료율 인하는 의무화 해놓고, 대형가맹점에 대한 제제 권한도 없는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인상분에 대해 잘 협의해보라고 하면 카드사는 어떻해야 하라른 것이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감원은 당초 계획보다 점검 시점이 미뤄진 데 대해 "대형가맹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협상 등이 진행중인데 점검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보여 시간을 두고 10월부터 진행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법규 위반 사항 확인 시 일련의 절차와 법규에 따라 금감원의 권한 내에서 조치를 할 것"이라며 "대형가맹점이 리베이트 등을 요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면적인 증빙이 발견될 경우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하거나 금융위를 통해 수수료율 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드업계 관계자는 "대형가맹점과 개별적으로 재계약 시점에 수수료율 재협상을 해야 하는데다 재협상 또한 시간이 걸리는 작업으로 현재로선 의미가 없다"면서 "금감원이 현시점에 점검하더라도 카드수수료 원가 대비 적게 책정된 사례 발견 시 조치를 취한다는 얘기인데, 대형가맹점을 직접 제재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은 결국 카드사들의 몫이자 부담"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감원이 점검을 한다고 해도 사실 대형가맹점들은 콧방귀도 끼지 않는다"며 "사건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두고 피해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하면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측을 통한 가해자 조사는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 점검아니냐"고 말했다.
김문희 최경식 기자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