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한지 하루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유치원 건물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이진혁 기자
서울 금천구 싱크홀에 이어 동작구 상도동의 한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인근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사고 직후 대피했던 주민들에게 구청은 귀가를 권했지만 주민들은 추가 사고를 우려하고 있다.
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밤 11시 22분께 동작구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인근 상도유치원 건물이 10도 가량 기울었다.
사고 직후인 이날 0시께부터 구청은 25가구 54명의 주민에게 상도4동 주민센터와 인근 숙박시설로 안내해 대피시켰다. 사건 발생이 10시간 지난 이날 10시 동작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귀가 조치를 안내했다. 관계자는 "확인 결과 추가 전문가들이 사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귀가 조처를 결정했다"며 "구청, 경찰, 소방 관계자들을 모두 동원해 안전에 만전을 기하겠다. 특이점이 발생하면 바로 주민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주민 불안감 여전, 추가 사고 우려
그러나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였다. 추가 사고가 우려되는 탓이다.
사고 발생 이후 인근 모텔로 대피했던 민모씨(57)는 "집이 무너질 수도 있는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냐"며 "불안감에 '청심환'을 먹었지만 여전히 심장이 떨린다"고 말했다.
이모씨(62)는 "사고 당시에 천둥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다"며 "불안해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인근 어르신들이 집에 있기 무섭다며 미용실에 모였다"며 "인근 건물도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상도유치원과 인접한 상도초등학교 학부모들도 불안감을 드러냈다. 관계 당국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170m 떨어져 있는 것을 감안해 운동장만 폐쇄하고 초등학교는 정상 운영하기로 했다.
■사고조사위 구성 정밀검사 나서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둔 정모씨(40)는 "사고 규모가 이렇게 큰데도 학교에서는 등교해도 무방하다는 문자만 남기고 아무 말이 없었다"며 "결국 아이를 조퇴시켰다. 조퇴를 못 시키는 맞벌이 엄마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학년 아들을 둔 김모씨(39)는 "학교 측에서 어떠한 안내가 없어 우리도 뉴스를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학부모 대표 5명이 학교 측에 항의하러 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고 현장에 도착해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신속하게 상황을 수습하고 원인규명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동작구청은 정수형 한국시설안전공단 평가본부장, 김재성 동명기술공단 기술사 등 전문가 5명과 구청 건축 담당자들이 포함된 '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정밀검사를 했다. 아울러 기울어진 유치원 건물 일부는 철거하고, 기울지 않은 부분은 정밀검사 이후 철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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