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일부 한국 주재 외국 대사관이 외국인 피의자의 국적 확인에 협조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경찰이 수사하는 데에 지장을 받고 있다. 국적 확인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도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이 외국인 피의자를 조사할 경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출입국본부)가 외국인 입국시 채취한 사진, 지문 및 신원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그러나 여권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지는 등의 경우 경찰이 직접 국내 주재 외국 대사관에 신원 조회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때 일부 국가가 피의자의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수사가 지연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신원요청에 속만 탄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 중인 한모 경위도 최근 사기 사건을 수사하다 외국인 피의자의 국적을 확인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한 경위는 아프리카의 한 국적 여권을 갖고 있었던 외국인 피의자 A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국적을 의심하게 됐다. A씨가 수사 초기 다른 외국인 이름을 말하거나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해서다.
이에 한 경위는 A씨와 그의 여권 발급 국가 대사관에 직접 찾아가 국적 확인을 요청했으나 수사 종료 시점까지도 답변을 받지 못했다. 대사관의 확인을 기다리던 한 경위는 결국 여권 발급 국가를 A씨의 국적으로 입력해 검찰에 송치했다.
한 경위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 대사관들이 자국 국민인지 확인해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며 "대사관으로부터 확인을 받지 못했으니 A씨 국적도 실은 '추정'에 그칠 뿐 확실하다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국내 외국인 범죄자를 주로 수사해 온 최모 경감은 "일부 국가는 상습적으로 확인을 안해주는 경우도 있다. 자국 피의자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적 확인이 안되면 수사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며 "각국 대사관이 즉시 피의자 국적을 확인해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 및 의무 부과할 수 없어
수사에 어려움이 발생하지만 국내 주재 외국 대사관이 즉시 신분확인 요청에 응하도록 강제하거나 의무를 부과할 방법은 없다. 출입국본부에게도 외국인 피의자의 국적 확인을 대사관에 강요할 권한이 없는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은 출입국본부를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면서도 "혹시라도 출입국이나 대사관을 통해 신원 조회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피의자 지문을 채취해 인터폴에 신원 조회를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동국대 황의갑 경찰행정학 교수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특히 사기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대사관이 신분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으로서도 방법이 없다. 의심스러운 금전적 거래가 오갈 경우 외국인에 대한 신분 등을 미리 확실하게 알아놓는 등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고 전했다.
kua@fnnews.com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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