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서울 양재동 엘타워.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그리고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 빅3' 관계자들이 속속 입장하면서 '제15회 조선해양의 날' 기념식이 시작됐다. 그러나 자축일이지만 조선업 불황이 이어지며 별다른 사전 홍보조차 없었던 탓일까. 선박 수주 1000만t을 돌파한 1997년 이 날을 기린 행사치곤 무거운 기류였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한국 조선해양업계의 현 위상은 초라하다. 1972년 창립한 현대중공업은 2003년 이후 선박 주문량·건조량에서 모두 세계 1위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해외수주가 뚝 끊기면서 해양사업본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조기 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일감 부족과 조직 다운사이징 압박을 받고 있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세계적 업황이 나빠진 터에 우리 조선업은 1위 자리를 탈환하려는 일본과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 중인 중국 사이에 '넛 크래커' 신세다.
'말뫼의 눈물'이 생각난다. 한때 조선 최강국인 스웨덴 말뫼의 코쿰스조선소가 불황으로 문을 닫을 때 얘기다. 2002년 그 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팔려 울산의 현대중공업으로 실려 가던 날 스웨덴 국영방송은 장송곡을 틀었다. 이대로 가다간 울산과 거제, 통영과 군산에서 다시 통한의 눈물을 접해야 할 판이다. 세계적 불황이라는 쓰나미는 어쩔 수 없다 치자. 그러나 조선업계 노사가 나눠 먹기에 급급하느라 생산성 향상을 게을리 한 점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한다. 지난해 조선분야 특허출원 건수가 2014년의 절반 수준이라니….
지난 40여년 '수출 효자산업'을 이대로 주저앉게 해선 안 된다. 조선업계와 중앙·지방 정부 할 것 없이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 기술혁신으로 경쟁력을 배가하는 한편 '새로운 출구'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의 철갑선 거북선을 만들었던 우리다. 업그레이드된 안전성과 친환경성까지 갖춘 '스마트 선박'을 못 만들 까닭도 없다.
4차 산업혁명기에 조선소들이 입지한 지자체들의 책임도 무겁다. 조선업 이외에 산업 다각화를 통한 도시재생에 눈을 돌려야 한다. 친환경에너지·정보기술(IT)·제약 등 지식기반산업을 키워 '눈물을 닦고 기적을 일군' 말뫼의 사례를 음미해볼 만하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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