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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 커진 남북경협...가능한 것부터 진행

【평양·서울·세종=공동취재단 정지우 김관웅 송주용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9·19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서해안 철도와 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특구 조성 등을 공식 합의하면서 남북 경제협력사업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올해 4월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서 명시됐던 내용을 다시 강조한 것은 철도·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연결 등 남북 경협에 대한 양측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다만 미국 등 국제사회 대북 제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경협은 당장 급물살을 타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정부는 국제사회 제재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선 가능한 협력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충분히 준비를 갖추면 대북 제재 해제와 동시에 남북 경협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준비 마친 철도와 도로, 개성공단 기다리는 입주기업
우선 관심이 쏠리는 것은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이다. 문 대통령은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따르면 이들 철도와 도로는 이미 모든 구간이 정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연결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철로의 경우 경의선은 2003년에, 동해선은 2005년에 남북 구간이 완료된 상태다. 경의선은 2007년 12월부터 1년 동안 도라산~판문역 구간에서 화물차가 운행됐다. 지난 7월에는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개성역에 이르는 경의선 북측 구간을 공동 점검하기도 했다.

도로도 최근 일주일간 우리 측이 개성~평양고속도를 점검한 결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 향후 도로 확장이나 신설을 위한 과정도 보상 등 절차가 필요 없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환경이 조성되는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환경조성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해제로 풀이된다. 이날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 엔진 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쇄,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른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등 비핵화 방안을 합의한 만큼 국제사회 분위기는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서 “김정은이 국제 전문가들 앞에서 핵사찰과 (미사일)시험장 및 발사대의 영구적 폐기를 허용키로 합의했다. 이는 최종협상 주제”라며 “매우 흥미롭다”라고 밝힌 점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지난 2016년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전면 폐쇄가 결정됐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개성공단 폐쇄 당시 대부분의 장비와 설비를 북에 두고 내려왔다. 하지만 사업을 접을 순 없어 국내외 대체투자지역에 공장을 새로 지었다. 자연스럽게 중복투자가 발생했고 개성공단과 임금 격차, 의사소통, 물류비 등도 수익성 악화를 가져왔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입주기업 124곳(응답 101곳) 중 97%가 재입주를 원하고 있다.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개성공단재개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입주기업들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지 실사가 이뤄지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시설과 장비를 점검하고 개별 기업별 투자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대북제재...인도적 협력은 탄력받을 듯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금강산 관광 정상화도 추진키로 했다. 기자회견문엔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도 협의키로 했다고 정부는 발표했다.

정부 등에 따르면 서해경제공동특구는 남한의 기술과 자본에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한 형태의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 공동체가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평화수역화하기 위해 이 일대를 경제특구 거점을 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동해관광공동특구는 금강산을 중심으로 동해 일대 관광지를 연결한 특구로 예상된다.

다만 철도나 도로,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경제특구 등 모두 대북제재가 풀려야 미국 등과 마찰 없이 사실상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는 북한과 합작회사를 운영하거나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 환경 협력과 전염성 질병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보건의료 분야의 협력은 상대적으로 걸림돌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금전적 이득을 주기보다는 인도적·환경적 차원의 협의로 해석될 부분이 크기 때문이다. 금강산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복구와 서신 왕래, 화상 상봉 등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도 기자회견문에서 “즉시 추진, 혹은 우선적 실현”이라는 단어로 이들 사업을 표현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전북 군산 현장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남북경협은 국제사회 협력도 필요하고 북한 제재에 대한 문제가 선행돼야 한다"면서 "여건이 조성된다면 남북 경제협력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제재 해제 전에는 공동연구, 사업계획 수립 등을 각 부처에서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 밖에 실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