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서울 용산역 대합실은 이른 귀성길을 떠나려는 사람들과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사진=김유아 기자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21일 오전 10시께 서울 용산역은 이른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고향가는 설렘을 가득 안고 귀성길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30대 남성은 휴대용 접이식 카트에 박스째로 선물세트를 실어가기도 했다. 휴가를 나온 듯한 군인들도 손에 저마다 선물세트를 들고 바쁘게 탑승구로 향했다.
■백수 마지막 추석 '가지각색'
서울에 신혼집을 마련한 딸을 보러 잠깐 올라왔다가 본가인 광주로 돌아간다는 김신자씨(61)는 "집이 큰집이라 차례를 지내야 해서 광주로 돌아가는 길"이라면서 "추석날 저녁에 딸이랑 사위가 광주에 들르기로 했는데 처음으로 명절에 사위를 맞이하는 거라 준비할게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번에 취직에 성공해 대구 칠곡으로 내려간다는 김진형씨(28)는 "아직 월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아버지 어머니께 10만원씩 용돈을 미리 드릴 예정"이라면서 "추석이 끝나고 바로 목요일부터 회사 교육 연수가 있어 마지막 백수생활을 고향집에서 즐기다가 바로 연수원으로 올라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강남고속터미널 대합실도 고향길을 떠나는 귀성객과 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을 가득 태운 버스가 자리를 뜨면 곧 이어 다른 버스가 새롭게 자리를 채우면서 명절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혹시라도 버스를 놓칠까봐 수시로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하는 사람도 많았다.
취업을 준비하느라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 명절에 고향을 찾지 않았던 취업준비생 이모씨(28)는 부모님 성화에 못이겨 올 추석에는 부산 고향집에 내려간다. 하지만 취업했냐는 친척들의 질문이 벌써부터 부담스럽다.
이씨는 "친척들 보는 눈이 부담스러워 그동안 일부러 명절을 피해 내려가고는 했는데 올해는 엄마 성화에 못이겨 기차표를 결국 끊었다"면서 "친하지 않은 친척들을 왜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하니까 설렌다"고 말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경남 창원 시댁을 방문하는 김은비씨(30)는 남편인 이재웅씨(34)와 함께 하루 먼저 고향에 내려간다.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이니 떨리지만 어른들께 잘보이고 싶어 지난 일주일 내내 껍질을 끊지 않고 사과를 깎는 연습을 하고 한복도 따로 챙겼다.
남편 이씨는 "아내 만큼 떨리고 긴장돼 일부러 휴가를 내고 일찍 내려가게 됐다. 식구가 한명 더 늘어 풍성한 한가위가 될 것 같다"면서 "사실 원래 집에서 차례를 안지내는데 첫 추석이라 간단하게 음식을 해먹게 됐다. 다음 명절부터는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얘기했다.
■항공권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같은 시간 서울 김포공항은 명절 귀성과 여행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사람이 몰리면서 평소에 매진이 되지 않던 노선까지 티켓을 구하기 어렵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평소에 티켓이 남던 광주와 여수 노선까지 거의 다 매진됐다"며 "평소 금요일보다 공항이 혼잡한 편"이라고 전했다.
팔각모를 쓴 군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속 시간을 기다렸다. 한 여성은 양쪽 팔에 홍삼 선물세트를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랐다. 어느 노년 부부는 손주의 손을 잡고 대기열에 서 있었다.
이날 한국항공공사는 귀경길 승객들을 위해 문화행사 '만남의 설레임'을 진행했다. 연단에 오른 색소폰 연주자는 영화 토이스토리의 OST인 'You've Got A Friend In Me'를 연주했다.
분당에 거주하는 호모씨(68)는 아들 부부와 함께 제주도를 가기로 했다. 호씨는 "올해는 아들 내외와 서귀포에서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며 "손주도 여행하는 데 문제가 없어 올해 아이들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각 잡힌 군복을 입은 김모 상병(22)은 제주도에 있는 부모님을 봬러 김포공항을 찾았다. 김상병은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웠는데 운좋게 집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육지에 있는 친구들과 만나기로 해 기대된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하모씨(35)는 "광주에 있는 부모님을 뵙기 위해 금요일 휴가를 냈다"며 "회사 당직 때문에 추석 당일날 올라와야 해서 아쉽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유아 오은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