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 위치한 퀄컴 사옥.로이터연합뉴스
애플과 10년간 스마트폰 협력관계를 끝내고 적으로 돌아선 미국 반도체 제조사 퀄컴이 지난해 소송에 이어 애플을 추가로 제소하며 법정싸움을 확대했다. 퀄컴은 소장에서 애플이 수년 동안 퀄컴을 속이고 기술을 훔쳐갔다고 성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퀄컴은 2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카운티의 연방법원에 애플이 인텔의 모뎀칩 기술 발전을 위해 아이폰에 탑재된 퀄컴의 모뎀칩 관련 기밀 정보를 빼내 인텔에 건넸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퀄컴은 소장에서 "애플은 수년 동안 퀄컴의 기밀 정보를 훔치기 위해 거짓 약속과, 은폐, 속임수를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퀄컴은 인텔 측에서 애플이 제공한 퀄컴 파일을 열지 못해 불평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애플이 인텔에 퀄컴의 정보를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퀄컴이 내민 고소장은 지난해 11월 애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쓴 고소장을 보완한 것이다. 당시 퀄컴은 애플이 2017년 7월에 퀄컴이 납품하는 칩에 대한 기밀 정보를 달라고 한 뒤 해당 정보를 인텔에 보냈고 퀄컴이 감사를 요구하자 이를 독단적으로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같은달 퀄컴이 모바일용 중앙처리장치(AP)에 애플의 배터리 관련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퀄컴을 맞고소했다.
퀄컴이 애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양사 간 법정싸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이번 소송 외에도 여러 건의 특허권 소송을 벌이고 있다. 퀄컴은 지난해 말에 미 국제무역위원회에 인텔 제품을 장착한 아이폰X 모델의 수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퀄컴은 지난 2007년부터 애플의 아이폰 등에 핵심 통신부품을 공급하면서 10년 협력관계를 유지했으나 애플이 지난 1월 퀄컴을 상대로 로열티가 너무 과하다며 소송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애플과 험악한 사이가 됐다. 이미 2016년 출시한 '아이폰7'부터 퀄컴과 인텔 제품을 섞어 쓰기 시작했던 애플은 점차 인텔 모뎀칩 구입을 늘려갔고 퀄컴은 지난 6월 발표에서 차기 아이폰에 퀄컴 모뎀칩이 탑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 언론들은 지난 7월 보도에서 애플이 2020년부터 인텔 제품마저 버리고 자체 개발한 모뎀칩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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