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공문서와 의사 진단서 등을 위조해 아파트 분양권에 부정 당첨된 뒤 이를 다시 전매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긴 공인중개사 등 334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공문서위조와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인중개사 A씨(45·여) 등 4명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또 알선책, 전매책, 청약통장 명의자 등 32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2명은 수배했다.
A씨 등은 2015년 7월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서울 은평구에 중개사무소를 차려놓고 일간지에 청약·분양권 상담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연락한 청약통장 명의자들에게 1건당 400만∼1000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주고 청약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매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확보한 청약통장으로 명의자들의 주민등록주소지를 청약 가능한 지역으로 위장전입 시켰다.
또 가점항목인 '부양 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중국의 브로커 C(32) 등 2명에게 1건당 20만원을 지급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분양업체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식으로 가점항목을 조작하거나 위장전입으로 부정 당첨된 아파트는 서울, 경기, 부산 등 전국에 걸쳐 모두 101개단지 180채에 달했다. 이 가운데 140채를 불법 전매해 챙긴 차액은 약 41억1000만원으로 추산됐다.
해당 기간에 위조된 공문서는 540건, 의사 진단서는 21건이었다. 조사결과 이들은 자신 가족은 물론 이미 10년 전에 숨진 고인의 인적사항까지 도용해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었다.
전매 차익이 높은 인기 아파트에 당첨되려고 주로 신혼부부나 다자녀 등 아파트 특별분양 대상자들을 모집한 뒤 의사의 도장을 위조해 진단서에 청약자가 쌍둥이를 임신한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A씨 등은 이 과정에서 명의자가 돈만 받고 명의이전 등 계약 과정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명의자 도움 없이도 권리 이전이 가능하도록 사전에 권리확보를 보장하는 서류까지 미리 준비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 밖에 이들은 아파트 특별공급 대상자이지만 청약제도를 잘 모르는 지적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에게 접근해 '청약통장을 만들면 돈을 주겠다'고 꼬드겨 은행으로 데려가 통장과 공인인증서를 만들게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피의자들의 분양권을 불법으로 취득해 억대 차익을 챙겼음에도 정작 명의자에게는 100만원 상당의 대여료만 지급했고, 번 돈은 개인의 빚을 갚거나 고급 외제 차를 사는 등 호화 생활을 하는 데에 썼다.
경찰은 올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부산권 신규분양 아파트 2개 단지의 청약과 관련한 조사를 의뢰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청약시 제출한 공문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도록 분양대행사의 검수절차를 개선하고 당첨자 제출 공문서를 무작위로 추출해 관련 기관에 표본감정을 받도록 하는 검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토교통부에 부정당첨자 내역을 통보하고 부정청약 업무를 하고 있는 무자격 업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