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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스텔스, '킥라니'를 아십니까

도로 위의 스텔스, '킥라니'를 아십니까
지난 9월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탄 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논란이 커지자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커뮤니티 이용자가 "반성하고 있다"는 해명을 했지만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건 큰 문제"라는 비판이 나왔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운전자 정 모(37)씨는 최근 도로 위에서 일어난 일만 생각하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한밤 중 우회전을 위해 차선을 변경하려는 찰나 전동킥보드가 옆을 지나친 것. 경적을 몇 번이나 울렸지만 사용자는 말도 없이 사라졌다. 정 씨는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나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갖추지 않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운전자 강 모(40)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도로 위에서 차량 사이로 주행하는 전동킥보드를 목격한 것. 강 씨도 “당사자는 못 느끼겠지만 타인에겐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동킥보드가 도로 위의 애물단지로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차량 사이를 끼어들거나 위험천만한 주행까지 하는 모습이 고라니를 닮아 ‘킥라니’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도로교통법 상 이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들도 면허를 따고 안전장비를 갖춰야하지만 사용자들은 허술한 관리감독에 개의치 않은 모양새다.

■해마다 커지는 시장.. 안전사고 늘지만 관리감독은 미흡
관련 시장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전동휠 등을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는 2016년 6만대에서 이듬해 판매량이 20% 가량 늘었다. 2022년에는 20만대로 증가할 거란 관측이다.

판매량과 더불어 사고 수도 많아졌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2014년 40건이었던 안전사고가 2017년 193건으로 집계됐다. 특히 교통안전공단은 관련 사고가 68.8%가 차 사고였다고 밝혔다. 차외사고(31.2%)의 두 배 가량이다. 안전장치가 부실한 이들 제품으로선 작은 충돌도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는 사용자에 대해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한 남성이 전동킥보드를 탄 채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영상이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법률상 도로에서 운행하는 건 괜찮다지만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건 큰 문제”라며 “고속도로에서 차량과 비슷하게 달린다는 건 최대속도가 30km로 설정된 기기의 제한을 임의로 해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공원, 인도(人道) 등에서는 주행이 금지돼 있다. 또 2종 보통 또는 원동기면허를 취득해야 탑승이 가능하다. 이를 어기면 각각 4만원, 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헬멧 등의 안전장비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하지만 당국의 관리감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실제 대여업체에서 빌리거나 인터넷으로 렌털.구입할 때 면허를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터넷 쇼핑으로도 손쉽게 주문이 가능할 뿐 아니라 여의도 내 업체에서도 면허 확인 없이 제품대여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강공원 인근 도로에서도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이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여의도 내 한 대여업체에서 전동킥보드를 대여한 한 커플은 "매장에서 안전장구를 착용하라고는 했지만 면허에 대해선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한강공원에서 타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고 하니 자전거도로에서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차도 이외의 운행은 불법이란 말엔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자전거도로에서 타다 나가라고 하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도로 위의 스텔스, '킥라니'를 아십니까
지난달 27일 정부는 전동 킥보드 등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 수단인 퍼스널 모빌리티 제품에 대한 안전·도로 운행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정부도 대책마련.. "인식개선이 근본" 목소리 높아
이 같은 우려와 함께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자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지난 9월 정부는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현장밀착형 규제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안전 및 도로운행기준 등이 부재한 현행법을 보완하기 위해 범부처 태스크포스를 구성, 내년 6월까지 안전·주행 등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교통사고를 대비해 전동킥보드 및 관련 제품군 자체에 대한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자전거가 이용자 개개인의 능력에 의하는 부분이 많다면 퍼스널 모빌리티는 기기 자체에 그 부분을 마련해야 한다”며 “등화장치나 벨, 주행제어를 높이기 위한 핸들의 설치는 물론 제도적인 부분에서도 검토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운전자들은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의 인식개선이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 씨는 “아무리 안전에 대한 강력한 규제책이 나오더라도 당사자가 곡예운전을 한다면 안전사고는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씨 역시 “전동킥보드보다 속도가 훨씬 빠른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안전장비는 필수라고 입을 모으는 만큼 헬멧을 비롯한 무릎보호대 등도 반드시 착용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