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교통사고로 여경 비하 논란
현직 여경들 "힘빠진다" 반응 다수
민갑룡 "여경 필요. 숫자 늘릴 예정"
전문가들 "여성 혐오 말아야"
최근 부산지역의 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여자경찰관들의 자질을 두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여경은 일을 못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현장의 여경들은 "여성이 아닌 경찰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잘못된 가부장적 가치관이 원인이라며 여성 비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질 문제 거론.. 관련 청원도 잇따라
9일 경찰공무원 지망생 카페인 '경찰공무원을 꿈꾸는 사람들(경꿈사)'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이 사이트에 “여경들의 실체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글쓴이는 부산지역의 교통사고 사진을 올리면서 "현장에 여경 4명이 출동했는데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구경 중이던 아저씨 혼자서 구출 중"이라며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여경) 4명이 ‘어떡해 어떡해’ 이러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댓글란에는 여경의 자질 문제를 거론하는 글이 올라왔다. 급기야 부산지방경찰청은 "여경들은 교통사고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올 하반기 추가 순경 공채에서 여경 선발 비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공고에 이 같은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여경과 관련한 청원이 잇따라 올라와 10월 첫 주에만 27건이 올라왔다. 청원은 주로 여경폐지와 여경을 뽑는 기준을 남자 경찰과 같이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힘 빠지고 억울".. "여성혐오에서 비롯"
현장에서 근무하는 여경들은 ‘힘이 빠지는 비판’이라고 토로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근무하는 A순경은 "여경의 자질을 거론하는 댓글을 볼 때마다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 "며 "단순히 '여자라서 문제다'가 아닌 개인의 자질로 근무 역량을 평가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교통안전팀 B경장은 "조직 내에서 받지 않는 차별을 밖에서 받고 있다"며 "'여성 경찰'이 아닌 경찰로 평가 받고 싶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직 내 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보호와 여성 대상 범죄 대응 등 경찰의 다양한 직무에 있어 여성경찰관의 역할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2022년 여경 비율 15% 목표를 위해 매년 공채의 26%를 여경으로 뽑을 방침"이라며 "선진국처럼 기본적으로는 역량을 갖췄으면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경찰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선진국은 20% 이상이 여경이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2005년 '여성경찰관 채용목표제'를 도입해 여경 인력을 점차 확대해 2005년 4.6%에서 올해 7월 기준 11.1%로 늘렸다.
이와 관련, 이건수 백석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능력이 부족하고 우수한 것에 대한 평가는 성별의 문제가 아닌 개인의 문제"라며 "인터넷에서 떠도는 일부를 보고 여경이 문제라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해"라고 설명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조직에서 여경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단순히 일부 사안을 보고 여경의 문제라 돌리는 것은 남성우월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치관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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