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사임의사를 밝힌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와 악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유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강경한 외교 노선을 대변하며 차기 대선 후보로까지 꼽혔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9일(현지시간) 돌연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적 이유에서 권력다툼까지 사임을 둘러싼 추측이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당장 트럼프 정부 외교 노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개 회동을 통해 연말까지 대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록 헤일리 대사가 그동안 사임 소식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자신에게는 약 6개월 전에 트럼프 정부 2주년에 앞서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외교의 선봉장
헤일리 대사는 회동에서 "유엔에서 매일 방탄복을 입고 미국을 지키는 것은 축복이었다"며 "나는 앞으로 조국을 위해 싸우는 일에서 진정으로 물러나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때가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헤일리 대사는 환상적인 일을 해 냈다"고 칭찬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헤일리 대사는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 부부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헤일리 대사는 2016년대 대선 당시만 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실이 미국 외교에 해가 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대사직에 발탁된 이후에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보다 강경한 외교정책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존 볼턴 같은 초강경 인사들이 각각 국무장관과 NSC 보좌관 자리에 오르면서 점차 세간의 주목을 잃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헤일리 대사가 특히 지난 4월 러시아 제재 추진 과정에서 트럼프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법적인 이주를 장려하는 유엔 '이주민 글로벌 협약'을 지지해 백악관 보좌진의 눈총을 받았기도 했다.
헤일리 대사는 지난달 유엔에서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볼턴 보좌관과 충돌했으며 대북 정책 수립에서도 폼페이오 장관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아울러 8일에는 한 시민단체가 헤일리 대사의 금품 수수 의혹을 제기하는 투고를 국무부에 보내기도 했다.
■'이방카의 여자' 디나 파월 유력
헤일리 대사는 9일 회동에서 구체적인 향후 진로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NYT는 그의 지인들을 인용해 헤일리 대사의 사임 이유가 개인적인 피로 때문이고 일단 민간 영역에서 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헤일리 대사는 이날 2020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유세를 위해 아이오와주로 가는 전용기에서 헤일리 대사의 후임으로 5명 정도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 한명은 디나 파월 골드만삭스재단 이사장으로 그는 트럼프 정부 출범 초기에 NSC 부보좌관을 지냈으나 지난 2월에 골드만삭스로 돌아갔다. 파월 이사장은 백악관 출입당시 이방카 보좌관의 핵심 조언가로 중동 정책에 깊이 관여해 '이방카의 여자'로 불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함께 거론된 리처드 그레넬 독일 주재 미 대사에 대해서는 기존 직위에 두고 싶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방카 보좌관도 거론했다.
그는 자신의 딸이 "유엔에서 다이너마이트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이방카보다 유능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그렇다고 내가 이방카를 뽑겠다는 말은 아니다. 족벌정치라고 비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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