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고위급회담 개최 평양선언 이행방안 협의
장성급군사회담 열어 군사공동위 구성키로
군사·체육·보건·산림 등 분과별 세부 일정도 잡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이 15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고위급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판문점=공동취재단 강중모 기자】 15일 남북고위급회담이 2개월여 만에 또 열렸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수석대표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나섰고 철도와 도로, 군사, 보건·의료 등에 대한 협력을 구체화하고 세부논의를 위한 일정을 잡는 데 합의했다.
이번 회담으로 남북은 판문점 공동선언, 9월 평양 공동선언을 통해 총론적으로 협의됐던 사항을 분과별로 나눠 각론적·세부적으로 논의하는 장을 만들 수 있게 됐다. 특히 철도와 군사 분야의 협의는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경우 남북관계 진전의 중요한 발판이 될 전망이다.
■공동보도문 "군사·철도에 이어 보건·산림 영역까지 협의"
이날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도출된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남북은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오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한 준비 과정으로 경의선 철도 현지 공동조사는 10월 하순부터, 동해선 공동조사는 11월 초 착수하기로 했다.
남북의 철도연결 문제는 이날 회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8월 말 남북은 우리측 철도를 개성, 신의주까지 시범운행하는 방식으로 공동조사를 하려고 했지만 군사분계선(MDL)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통행 불허로 불발된 바 있다.
미국은 북·미 관계에 앞서는 남북 관계에 불편한 기색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는데, 주한미군사령관(대장)이 겸임하는 유엔군사령부 사령관이 우리측 열차의 북한행을 막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시 정부는 남북 철도 공동조사는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남북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 구성과 운영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남북장성급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했다. '군사공동위'가 구성될 경우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남북군사합의서'의 구체적 실천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금강산 지역 이산가족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영상편지 교환을 위한 실무적 문제들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한 데 따라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11월 중 금강산에서 하고, 이산가족면회소 시설 개보수 공사 착수에 필요한 문제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그뿐만 아니라 2020년 하계올림픽 공동참가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 문제 협의를 위한 남북체육회담은 10월 말에, 전염성 질병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한 분과회담은 10월 하순에, 남북산림협력 분과회담은 10월 22일에 모두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기로 했다.
■회담 분위기도 '화기애애'
이날 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히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식에서 만났기 때문에 9일 만에 얼굴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리 위원장은 "자주 만나다보니 이웃과 같고 (남북 접촉이) 이제 일상 같다"면서 "북·남 사이에 회담과 접촉이 잦아지고 있는데 단순히 만나는 횟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실질적 결과물을 만드는, 민족 앞에 유익한 회담과 접촉이 돼야겠구나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도 "남북 관계가 발전하고 있는 것이 아주 다행스럽다"면서 "1차적인 논의가 10·4선언 기념행사 당시 있었고, 최근 남북이 빨리 만나고 있는 만큼 9월 평양공동선언을 빠른 속도로 이행해 나갈 수 있는 실천적 방도를 이번 회담에서 빠르게 합의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 남측에서는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우리측 소장을 겸임하고 있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이 참석했다. 북측에서는 리 위원장을 단장으로 공동연락사무소 북측 소장을 겸하고 있는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김윤혁 철도성 부상, 박호영 국토환경보호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이 나섰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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