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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문제집 그대로 베껴...국민은행 필기시험 문제출제 논란

국민銀 필기시험 일부 문항, 시중 문제집 문항과 동일 
은행권 취업준비 사이트에 문제제기, 증언 쏟아져 
청와대 청원글도 등장 
과거 공기업 필기시험 때도 동일문제 출제 논란 

시중 문제집 그대로 베껴...국민은행 필기시험 문제출제 논란
지난 13일 실시된 국민은행 채용 필기시험에서 똑같이 출제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한 시중 문제집 내용.
[파이낸셜뉴스 최경식 기자]
채용비리로 홍역을 치룬 은행권이 올해부터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필기시험을 전면 도입했지만, 이번엔 시중 문제집과 동일한 시험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13일(토)에 국민은행 신입행원 입사 필기시험이 실시됐다. 시험은 오후 2시부터 3시 40분까지 100분동안 진행됐으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약 1만4000여명의 인원이 시험에 응시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문제들이 시중 문제집에 나온 문제와 사실상 다를바 없이 출제됐다는 주장이 쏟아져 논란이 일고 있다.

다수 응시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소 6문제에서 최대 10문제 이상이 지문이나 보기 등이 대동소이했고, 문제를 베낀 것으로 추정되는 시중 문제집은 고시넷과 에듀윌 매경테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모임 사이트에는 현재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증언들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심지어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청원글까지 올라온 상태다.

은행권이 지난해 채용비리 사태로 필기시험을 부활시키고 거의 모든 채용 절차를 외주화시켜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번에 필기시험 문제출제 논란으로 또 다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한 응시자는 "문제 하나 하나에 합격, 불합격의 당락이 좌우될 수 있는 취준생 입장에선 이번 사안이 극히 민감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면서 "시중에 나오는 문제집을 그대로 베껴 이 같은 논란의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은 당초 필기시험을 도입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처사이며, 결과적으로 특정인들에게 혜택을 부여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응시자는 "이번에 응시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는 사실상 시간과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미 시중 문제집을 보고 온 사람들은 문제 풀이에 드는 수고가 전혀 없이 빠르게 정답을 체크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만큼 시간과 수고를 소모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불리하게 됐다"며 "그러한 경우가 여러번이었고, 더욱이 똑같다고 논란이 된 문제들은 지문도 상당히 길었던 만큼 이렇게 수험생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필기시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다른 공기업의 채용 필기시험 때도 이 같은 사례가 발생해 큰 논란을 일으킨바 있다. 당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 의원이 해당 공기업의 사장에게 문제를 제기했고,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 받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 국민은행 측은 "필기시험의 경우 외주업체에 일체의 문제 출제를 위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해 유감"이라며 "문제 출제는 당행 직원들이 접근할 수 없는 프로세스로 운영돼 단독으로 대행한 외주업체에 내용을 확인 중에 있으며, 앞으로 지속적인 개선 작업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