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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비밀의 방'에서 전격 방북 수락...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새 국면 돌입

18일 文대통령, 교황궁 내 교황의 서재에서 단독면담 
프란치스코 교황, 예상을 뛰어넘는 과감한 답변

프란치스코 교황, '비밀의 방'에서 전격 방북 수락...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새 국면 돌입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뒤 나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로마(이탈리아)·서울=조은효 이태희기자】18일 낮 12시 10분(현지시간)교황궁 2층 교황의 서재, 문재인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주했다. 통역을 맡은 한현택 신부만이 양측의 역사적 대화를 들었다. 교황과의 만남은 통역 외엔 배석자가 없는 게 원칙이다. 본래 교황청 규칙상 대화 내용은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그 일부가 이날 공개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비밀의 방'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방북 의사를 전격 표명하며, "한반도에서 평화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 '비밀의 방'에서 전격 방북 수락...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새 국면 돌입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의사 표명은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조치다. 당초 청와대와 가톨릭 교계에선 교황이 즉답을 내놓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 의사를 구두로 전달한다고는 하나, 북한의 공식 초청장이 오지도 않은 상태에서 세계 종교 지도자인 교황이 먼저 방북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본 것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이 교황의 의중을 파악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달하면, 다시 북한이 초청장을 보내 교황청과 협의하는 수순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황청과 북한은 미수교 상태다. 김 위원장의 교황 방북에 대한 진정성 역시 파악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 '비밀의 방'에서 전격 방북 수락...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새 국면 돌입
교황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달랐다. 교황은 "(북한으로부터)초청장이 오면 '무조건' 응답을 줄 것이다. 갈 수 있다"고 말해, 되레 북한의 초청장 발송을 유도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및 동북아 새질서 구축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예고했다.

교황청은 이번 문 대통령의 공식방문 기간 환대와 함께 한반도 문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은 전날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를 직접 집전하고, 문 대통령을 향해 "큰 사명을 갖고 계신다. 하느님의 섭리를 행하는 사람이시다"고 칭해,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사실상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교황 역시,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인 '주교 시노드 기간'(세계 주교대의원회의, 10월3일~이달 28일) 정오 시간대에 면담과 선물교환식 등 약 50분간 시간을 할애, 한반도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교황의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입장에 사실상 구속력을 부여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보증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에 대해 강한 불신을 품고 있는 유럽사회에 북한의 변화상을 알림으로써 북한을 국제사회로 편입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와 비핵화 진전으로 가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황의 방북에 대해 "교황의 입장에선 가톨릭의 인권과 사랑, 평화 등의 가치를 전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문 대통령으로선 마지막 남은 냉전의 잔재를 청산하는 이슈를 국제적으로 띄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세계 종교지도자인 교황에게 비핵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교황의 방북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수 있다.
이 시기, 교황의 일본 방문이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교황 예방에 이어 파롤린 국무원장과 환담을 끝으로 1박2일간의 이탈리아·교황청 공식방문 일정을 마쳤다. 이어 벨기에 수도 브뤼셀로 이동, 19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참석 및 한·영, 한·독 정상회담, 한·유럽연합(EU)정상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