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 유력시
주가 상승 힘받고 있지만 '경제 브레인' 기데스와 정책 공감대 이룰지 관건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를 하루 앞둔 27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바라 다 티주카에 위치한 극우 사회자유당(PSL)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의 자택 앞에서 지지자들이 깃발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 대통령 결선 투표가 시작됐지만 시장은 벌써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극우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인종주의적, 반동성애 등 차별주의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좌파 노동자당(PA)의 페르난두 아다지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측은 벌서부터 정권 인수위원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했던 민주노동당(PDT)의 시루 고미스가 지난 주말 아다지 지지로 돌아섰지만 지지선언이 너무 늦어 판세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는 28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제 관심은 대선 이후 브라질이 어떤 길을 걷느냐에 모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이보페(Ibope)에 따르면 이번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우소나루는 52% 지지율로 37%에 그칠 아다지를 꺾고 브라질 대통령에 당선될 전망이다.
■개혁-자유주의 경제 희망
시장은 보우소나루의 재무장관 후보인 파울로 기데스에 희망을 품고 있다. 기데스가 정부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카고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기데스는 지나치게 비대해진 정부 기구의 몸집을 줄이고, 비효율과 파산지경에 이른 재정도 정상화시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그 방안으로 국영기업 사영화, 재정지출 감축, 규제완화를 꼽고 있다.
이같은 자유주의적 경제정책 방향에 시장은 환호하고 있다. 이달들어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비롯해 전세계 증시가 급락세를 타는 와중에도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상승세를 보였다. 26일에도 2% 가까이 급등했다. 보우소나루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주가 상승세에 힘이 보태진 것이다.
■보우소나루의 정체성
그러나 기데스의 이같은 자유주의적 정책 방향이 얼마나 힘을 받을지는 의문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인사권자가 될 보우소나루가 자유주의자도, 민주주의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법'이 아니라 '질서'를 강조한다.
보우소나루는 대선 기간 경찰이 범죄자들, 또는 범죄자로 생각되는 이들을 살해할 것을 촉구했고, 정부 정책 방향도 인권에서 '(범죄)피해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6만4000여건 발생한 살인사건 가운데 기소율이 10%도 안될 정도인 치안불안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비집고 들어선 '사이다성' 발언이다.
그는 인권 뿐만 아니라 환경에도 관심이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파리 기후협약 탈퇴를 약속했고, 환경보다 농민들의 권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규제완화에 관해서도 자신의 경제브레인 기데스와 달리 도덕적인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도덕 재규제'를 주장하고 있다.
또 의회 의원시절 저소득층 산아제한 법안을 발의했던 그는 대선 기간 낙태반대를 외쳤다. 그의 비민주적인 사고방식은 1964년부터 20년간 군부독재를 펼쳤던 장성들을 '영웅들'이라고 칭한데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뼛속까지 조합주의자
이코노미스트는 보우소나루의 브라질이 자유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19세기 중남미를 휩쓸었던 실증주의의 변형인 조합주의(corporatism)로 흐를 것으로 예상했다. 조합주의에서는 국가, 노동조합, 경영자 조합 등의 조합들에 경제·사회적 자유가 박탈당한다. 보우소나루는 뼛 속까지 조합주의자이다. 27년간의 의원 재직 기간 그는 사영화와 연금 개혁에 반대표를 던졌고, 공무원 급여 인상에는 찬성했다.
기데스가 추진하고자 하는 경제개혁 방향과는 크게 다르다.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를 줄이고, 재정지출을 다시 짜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재정을 탄탄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우소나루가 지금껏 반대했던 사영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 공무원 급여 동결 등이 추진돼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기데스의 정책의제 상당수가 보우소나루의 뜻에 거슬리는 것들이어서 그가 단명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 브라질 경제 개혁과 경제성장을 기대해 볼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 개혁이 지속될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와 정치적 자유를 분리하는 것은 성장의 지름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충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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