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불법 입국자 자녀도
美서 태어나면 자동 시민권
트럼프, 행정명령 발동 추진
그러나 위헌 논란 명약관화
중간선거 앞두고 反이민 이슈몰이
행정명령 시행시 원정출산 불가능
US President Donald Trump and First Lady Melania Trump make their way to board Marine One before departing from South Lawn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October 30, 2018. - Trump is traveling to Pittsburgh to support the city after 11 people were shot dead in the worst anti-Semitic attack in recent US history. (Photo by MANDEL NGAN / AFP)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모의 체류 신분 및 입국 방법에 관계 없이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모든 아기에게 자동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0월 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명령 서명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시행되면 원정 출산을 통한 자녀의 미국 시민권 취득도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속지주의, 이제는 끝내야"
미국은 현재 자국 영토에서 출생한 모든 사람을 미국 시민으로 인정하는 속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자 및 그 사법권에 속하게 된 사람 모두가 미국 시민이며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라고 규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 아기를 낳으면 그 아기는 본질적으로 미국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라며 “그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제도는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들은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일부 나라들은 미국처럼 속지주의 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수정 없이 행정명령만으로 출생시 자동 시민권 부여 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언론들은 위헌 논란과 거센 법률적 저항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反이민정서 자극 전략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고 나선 것은 중간선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부터 출생 시민권 제도의 불합리성을 지적하며 폐지를 주장해 왔다. 하지만 중간선거를 1주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보다 구체적 추진 입장을 밝힌 것은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의 반(反) 이민정서를 최대한 자극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의 막판 호재로 활용하려던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 이슈는 지난주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우편물 테러 시도와 피츠버그 유대인 회당 총격 테러로 상당 부분 희석됐다. 때문에 그가 이번에 출생 시민권 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은 이민 이슈를 선거 막판 쟁점으로 다시 부각시켜 현재 이민 정책에 불만을 지닌 백인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끌어내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남부 국경을 향해 행진중인 캐러밴을 저지하기 위해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5200명의 연방군을 파견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민을 중간선거의 막판 이슈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CNBC방송은 그러나 트럼프의 반이민정책은 소수계 유권자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는 폭발성을 지닌 도박으로 평가한다.
많은 법률 학자들과 언론의 회의적 시각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출생 시민권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에 대한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행정명령의 위헌 여부를 최종 가리는 것은 대법원이며 현재 대법관 구성은 보수 5명, 진보 4명으로 보수진영에 유리하다. jdsm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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