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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강제징용 판결, 경제 파장은 없어야

정부 "미래지향 발전 희망".. 日도 정경분리 원칙 지켜야

대법원은 일본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해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고 10월 30일 판결했다. 대법원은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옳은 판단이다. 1965년 청구권 협정은 국가 간 약속이다. 반면 강제징용 소송은 개인 피해자 4명이 제기했다. 일본이 한국 사법부가 고심 끝에 내린 판단에 반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베 신조 총리는 30일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고노 다로 외상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일철주금은 판결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게이단렌 등 경제단체들은 "한국 내 투자와 비즈니스에 장애가 될 수 있어 깊이 우려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문재인정부의 움직임이다. 30일 이낙연 총리는 '대국민 정부입장 발표문'을 냈다. 발표문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상처가 조속히 치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동시에 "정부는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신중함이 돋보인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은 것 같다. 한·일 관계는 지뢰밭이다. 언제 어디서 뭐가 터질지 모른다. 그때마다 사이가 뒤틀려선 곤란하다. 위안부·교과서·독도·강제징용 등 과거사와 외교·안보·경제 등 현안은 투 트랙으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경제분야에선 정경분리 원칙이 중요하다.

6년 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반면교사다. 그 뒤 한때 700억달러에 이르던 한·일 통화스와프는 2015년 2월에 제로가 됐다. 박근혜정부는 위안부 문제로 줄곧 일본과 얼굴을 붉히다 2015년 말에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냈다. 문재인정부는 이 합의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 지난 10월 초 제주 해군기지 관함식 행사 땐 욱일기가 말썽을 부렸다. 그리고 이번에 강제징용 판결이 나왔다. 한·일 관계는 늘 과거사에 짓눌려 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정부가 "미래지향적 발전을 희망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아베 총리도 이에 부응하기 바란다.
예전에 일본은 통화스와프 협정이 마치 시혜라도 되는 양 고깝게 굴었다. 그래선 두 나라 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독립적인 사법부(대법원)의 판단을 놓고 우리 정부에 불평을 늘어놓는 것도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