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예산 시정연설 與 "재정 확대 설득력있어" 野 "혈세 큰 걱정없이 편성"
야권 "철저한 송곳검증으로 불요불급 예산 과감히 삭감"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파이낸셜뉴스 서동일 기자
내년도 470조원 규모 예산안 심사가 시작된 가운데 1일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야권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권은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정책 강행에 대한 비판 기조를 이어가며 자동차·조선산업 등 산업육성에 대한 구조적인 개선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 '현미경 검증'을 벼르고 있다.
아예 김성태 원내대표가 주요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부터 '송곳 검증'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한 집중 감시령을 발동, 정부 원안을 통과시키려는 여당과의 '외나무 혈투'가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을 놓고 치열한 대립이 예고돼 예산정국 초반부터 기싸움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송곳검증 예고..여야 격돌
1일 문 대통령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시작으로 내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공청회가 열리면서 한달간의 예산심사가 시작됐다.
이미 100대 문제 예산을 꺼내들어 삭감 계획을 구체화시킨 한국당은 국회심의에서 삭감했던 사업 중 부활된 예산과 단기직 위주의 일자리 예산, 신규사업으로 둔갑된 사업 예산, 대북 지원 예산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칼질을 예고했다. 특히 한국당은 이날 여야정 협의체에 참석키로 결정, 예산안 외에도 소득주도성장 정책·탈원전 추진·판문점 선언 비준동의안 처리 등을 협의체에서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의 고용창출장려금 사업의 경우 올해 5494억원이 투입됐음에도 집행률이 40%대로 저조한 만큼 내년도 예산에 증액된 3728억원의 삭감 의지를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지원사업에서 현장지원센터 200곳에 2명씩 총 400명의 인턴고용에 투입될 66억원 신규 예산도 문제있다는 비판이다. 인턴들에겐 월 164만원씩 10개월간 지급되는 예산이다.
한국당은 교육부가 국립대학 육성사업에 대해서도 지난해 정부안 1000억원 중 200억원을 삭감했으나 올해 1504억원을 내년도 예산안으로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의 비영리 민간단체지원 사업 예산도 지난해 40억원 삭감했으나 이번 예산안 편성에서 22억원 증액됐음을 지적,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번 예산안에 대해 "단호하게 수술하겠다"며 "지금 수술하지 않으면 수술하기 힘든 중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의 남북협력기금과 관련, 북한에 대한 유무상지원 예산이 2680억원에서 4289억원으로 1600억원 이상 증액되는 것은 물론, 개성-신의주 철도 등 4건의 사회간접자본(SOC)사업에 설계비 명목으로 2951억원이 편성된 것에도 한국당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예결위 간사 이혜훈 의원도 남북협력기금 예산과 관련, "국회가 예산승인 하지않고 총액만 승인하고 사후적으로 의결하도록 해서 악용하고 있다"며 "보안이 필요하다고 해서 허용한 부분에 대해 세금이 어디 쓰는지 알수 없게 하는 것은 조목조목 따지겠다"고 경고했다.
■홍영표 "설득력 있어" vs. 김성태 "현실부정"
문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에 대한 여야 원내대표들의 엇갈린 반응은 향후 예산정국에서의 치열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재정 확대를 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설득력 있는 내용이었다"고 호평했다.
다만 여당측은 야당에서 일자리를 비롯한 남북경협 등 관련 예산 삭감계획과 관련, 여야간 충분하게 검토하고, 야당에서 지적하는 사항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면 얼마든지 반영해 예산을 편성한다는 '유연한' 입장이다.
한국당은 정밀검증을 통한 대규모 삭감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상황이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아예 지침을 내려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단계부터 혹독한 검증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일방통행식 예산안'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하라는 오더가 발동됐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470조원대 수퍼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도 국민혈세 지출에 대한 그런 큰 걱정없이 예산을 편성한 것 같아 좀 마음이 무겁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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