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는 영화, 풍등 화재는 실수인데…범죄 프레임에 갇혀버린 이주민들

[fn 스포트라이트 혐오로 멍든 사회]
<4>외국인 혐오증
"제주 난민 허가 안된다" 국민청원에 71만명 서명
국민 58% "외국인은 위험".. 합리적 근거없이 공포 확산

연합뉴스
"불법체류자랑 외국인노동자 내보내면 취업난 해결되고 출산율 올라간다. 단속 제대로 해라."

"일단 대한민국 국가 안의 국민들부터 잘살아야죠. 당신 돈으로 먹여살릴 거 아니면 정신 차리세요."

최근 스리랑카 근로자가 공사장에서 날린 풍등으로 인한 경기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배우 정우성이 난민협약 이행을 강조한 발언과 관련해 달린 댓글 내용이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주민·난민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 단순 난민을 향한 혐오가 아니라 실질적 공포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합리적 근거 없는 공포라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가들은 난민에 대한 국민들 의사를 모으는 과정이 없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외국인 훨씬 위험해" 공포감 커져

8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난민을 둘러싼 청원 내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내전을 피해 예멘인 549명이 올해 5월 제주도로 입국한 이후 논란이 더욱 커졌다. 지난 6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난민 신청 불허 청원은 빠른 속도로 71만여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청원인은 "(불법체류·강력범죄 등) 난민문제를 악용해 일어난 사회문제가 선례를 통해 많았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를 폐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난민뿐 아니라 이주민이 저지르는 사회범죄가 부각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2012년 오원춘 토막 살인 사건을 비롯해 2017년 대림역 칼부림 사건의 피의자 등이 중국동포로 밝혀졌다. '범죄도시' '황해' '청년경찰' 등 중국동포가 악역·범죄자로 나오는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이미지가 굳어진 것도 한몫했다.

■"극단적 비판 양상은 위험"

실제 지난해 인권위가 발표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민 63.2%가 혐오표현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했다.

외국인은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외국인 범죄에 대한 오해와 편견' 설문조사 결과 58%가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더 위험하다'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난민·이주민을 향한 과열된 공포와 비판에 대해 우려스러운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오는 대상을 직접 향한다기보다는 자신들이 처해 있는 삶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을 때 '나도 어려운데'라는 방식으로 나타난다"며 "얼마든지 이해하고 양해할 수 있는 문제인데, 가짜뉴스 등으로 공포감이 자꾸 확대돼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의제를 설정하고 국민들의 의사를 모으는 과정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난민들에 대한 공포심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지만 어떤 집단을 배척한다고 안전이라는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보는 건 오류"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속적인 대화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젊은 층에게 더 많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자윤 팀장 이진혁 최용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