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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中 핵융합로

중국의 '에너지 굴기'가 놀랍다. 13일 CCTV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학원 플라스마 물리연구소가 독자 핵융합 실험로 이스트(EAST)를 이용해 섭씨 1억도의 초고온에 이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중국은 한반도를 마주보는 해안에 '핵분열' 원전을 빽빽이 짓고 있다. 이런 원전 강국이 이제 '핵융합' 발전의 파이오니어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핵융합 발전은 꿈의 에너지원으로 치부된다. 화력발전소처럼 이산화탄소도 배출하지 않고, 태양광·풍력 등에 비해 발전 효율성도 월등하다. 핵융합 발전은 거칠게 비유하면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의 핵융합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수소폭탄의 원리와 같다. 다만 핵융합 반응을 느리고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기존 원전처럼 핵폐기물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핵융합로는 태양에서 나타나는 초고온 상태의 수소핵 간 융합을 인공적으로 일으켜 높은 에너지를 얻는 장치다. 말하자면 '인공태양'이다. 그렇다면 태양처럼 무한대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대전제가 뭔가. 핵융합에 적합한 섭씨 1억5000만도에 이르는 플라스마(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구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이다. 중국은 지난해 7월 플라스마 중심 온도 5000만도를 101.2초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이 지녔던 70초 기록을 깬 중국이 이번에 7000만도 기록까지 추월한 것이다. 한국 국가핵융합연구소는 얼마 전 1억도 플라스마를 10초 동안 유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핵융합로에 관한 한 한국은 그간 '퍼스트 무버'였다. 화석연료도, 태양광·풍력 자원도 빈곤한 여건에서 그 나름대로 앞을 내다본 선택이었다. 핵융합 발전의 원료인 삼중수소는 바다에 풍부히 녹아 있고,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가 아닌가. 2007년 운영을 시작한 '한국형 인공태양' 케이스타(대전 소재)는 세계적으로 성능을 인정받았다.
우리와 미국·유럽·러시아 등 35개국이 공동개발하기로 한 '이터'의 참고모델로 선정됐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이 이제 세계 원전시장뿐만 아니라 핵융합로 연구에서도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모양새다. 문득 이는 최근 몇 년간 우리가 한눈을 판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