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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만난 文대통령 '先김정은 답방 後북미회담' 논의한 듯

동아시아정상회의서 접견.. 펜스 2차 북-미회담 시기, 내년 1월 이후로 못박아 
회담 도중 CVID 언급했지만 "南이 北과 긴밀 소통해달라" "비핵화에 진전 있었다" 평가

펜스 만난 文대통령 '先김정은 답방 後북미회담' 논의한 듯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5일 오전(현지시간) 싱가포르 선텍시티 컨벤션센터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싱가포르=조은효 기자】문재인 대통령 15일(현지시간)싱가포르 선텍 회의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미국과 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접견에서도 "조만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남과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눈 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내년 1월 1일 이후 열릴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를 견인하기 위한 카드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4차 남북정상회담)이 먼저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시간적 제약에도 여전히 김 위원장의 '연내 방남'이 열려있다는 입장이다.

'先김정은 서울답방-後 북미정상회담 가능성 주목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회담에 대해 "북·미 2차 정상회담과 이를 위한 실무협상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얘기들을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펜스 부통령이 이 과정에서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중재역할을 요청했음을 시사했다. 남북대화를 통해 북·미 대화을 견인해 달라는 것으로, 넓게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및 4차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를 연동해 논의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여권 일각에선 주목받길 좋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이나, 미국 민주당의 공세로 트럼프 행정부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점을 감안할 때 4차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열어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의 여건을 조성한 뒤, 트럼프·김정은 2차 회담을 한반도평화프로세스의 '클라이막스'로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온건해진 펜스...왜?
트럼프 정부 내 대북강경파인 펜스 부통령이 이날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언급하며 "북한이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으나, 발언의 수위는 전반적으로 한결 낮았던 것도 이런 이유로 비친다.

펜스 부통령은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 방문 직전 기고에서 "북한에 대해 전례없이 강한 제재와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날은 '온건해진 태도'를 보였다. 펜스 부통령은 그간의 성과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지난 13일)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서 유해송환을 비롯해 더 이상 미사일 발사라든가, 핵실험이 없으며 미 억류자들도 풀려난 상태이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한 발언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앞으로도 더 많은 중요한 어떤 조치를 취함으로써 공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좀 더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대체로 그간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2차 정상회담에 대해 미국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의 불리해진 입지가 되레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에 페달을 밟게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2인자이자 차기 대선주자로 지목되는 펜스가 '자기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만남은 펜스 부통령 측의 요청에 따라 성사됐다. 대외정책에서 이목을 끌 기회인 셈. 일정 조율에 응해 준 문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렸을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과의 면담 시작 시간 지연으로 인해 아세안+3(한·중·일)정상회의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대신 들여보내 모두발언을 대독하게 한 뒤 뒤늦게 회의에 참석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미 동맹에 대해 "최선의 시대는 아직 오지 않았다(The best is yet to come)"고 말해 양국의 공조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미 동맹의 활동범위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으나 본격 비공개 회담에선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선 별도로 언급하진 않았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