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해봄’은 잘못된 시민 의식과 제도, 독특한 제품·장소, 요즘 뜨거운 이슈 등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결해보는 코너입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독한 팩첵커’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달려갑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편집자주>
지난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ifc몰 지하 주차장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표지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이 주차돼있다. 사진=조재형 기자
11월 12일부터 한 달 동안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 주·정차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단속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단속 첫날부터 담당 공무원과 실랑이를 벌이는 현장이 앞다퉈 보도됐는데요. 유동 인구가 많은 복합 쇼핑몰이나 백화점 주차장 상황은 어떨까요? 이번에는 여의도 ifc몰, 코엑스몰, 왕십리 비트플렉스, 광진구 스타시티, 잠실 롯데월드타워 등을 찾아가봅니다.
평일 오후라 주차장은 여유로운 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장애인주차구역에 몰래 주차한 차량을 발견하는 건 어렵지 않았는데요. 대부분 주차표지가 없는 차량이었습니다. 취재 중 해당 차주와 마주쳤습니다. 그는 “잠깐 댄 건데 이렇게 찍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습니다. 집중 단속기간인 줄 알았는지 묻자 “몰랐다”고 대답하기도 했죠.
시설주들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장애인등편의법) 제8조·제17조와 주차장 관계 법률에 따라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야 합니다. 장애인등편의법은 주차표지를 붙이지 않은 차량과 보행 장애를 가진 시민이 타지 않는 경우를 규제합니다. 전용주차표지를 받은 당사자가 가족이나 지인에게 표지를 양도·대여하면, 부당한 사용으로 간주돼 표지를 회수하거나 재발급을 제한 받게 되죠.
주차표지가 없는 위반 차량. 사진=조재형 기자
보건복지부 기록에 따르면 2016년과 2017년에 적발된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건수는 59만 3685건입니다. 이 중 주차표지를 미부착하거나 보행 장애인이 타지 않은 경우가 59만 305건으로 99.4%에 해당했죠.
현행법에 따라 장애인 구역에 불법 주차하면 과태료 10만원을 내야 합니다. 주차구역을 막는 등 주차방해행위를 할 경우 과태료 50만원, 주차표지를 부당하게 사용하면 과태료 200만원을 물게 되죠. 지난해 9월부터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가능 표지가 원형으로 변경됐는데, 노란색은 본인 운전용, 흰색은 보호자 운전용입니다.
변경 이전 주차표지(사각형)를 달고 주차한 차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경우도 꼼짝없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받습니다.
간혹 “주차공간도 부족한데 장애인주차구역이 너무 많이 설치돼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직접 한땀한땀 세보기로 했습니다. 여의도 ifc몰 지하 5층 주차장은 737구역 중 44곳(5.97%), 지하 6층은 585구역 중 15곳(2.56%)이 장애인주차구역이었습니다. 두 층을 합하면 4.46%였죠. 왕십리 비트플렉스 주차장은 전체 1076구역 중 24곳이 장애인주차구역으로 2.23%였습니다.
변경 이전 사각형 주차표지를 부착해도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조재형 기자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만들면 뭐하나.. ‘관리 손 놓고 있다’ 지적
5년 동안 전국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위반 건수가 6배 이상 늘었습니다. 지난 2013년 5만여 건에서 지난해 33만여 건으로 급증한 건데요. 자세히 살펴보면 적발 건수 중 약 80%가 ‘생활불편신고’ 앱으로 접수된 건입니다. 일반 시민이 신고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는 말이죠. 담당 부처가 ‘집중 단속’이라고 외쳐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잊을만하면 단속한다 말만 하고 그때뿐인 것 같다”며 “불법 주차는 줄지 않는데 대안은 세우지 않고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습니다. 시민의식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으로 단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복합쇼핑몰 주차장 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 공무원이 나서서 단속하는 일도 드물뿐더러 대형마트, 백화점 측은 단속 권한이 없어 불법 주차를 눈앞에서 목격해도 조치를 취하기 어렵습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위반한 비장애인, 피해 본 장애인 모두 고객이라 한쪽만 문제 삼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복합 쇼핑몰 주차 관리원은 “(장애인 구역에) 주차하지 말라고 해도 무시하고 대는 사람들이 있다”며 “강제성이 없으니 불법 주차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 위반 차량. 사진=조재형 기자
■신고포상금제 도입 논의도 꾸준해.. '시민의식' 키우자는 목소리도
현재는 불법 주차 행위를 신고한다고 해서 따로 포상금이 지급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관련 법률개정안은 몇 차례 발의됐죠. 18대 국회 당시 민주통합당 최규식 의원이 장애인주차구역 불법주차 신고 포상금을 포함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임기가 끝나며 폐기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12년 같은 당 안규백 의원이 또 한 번 발의했지만 역시 통과되지 못했죠.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도 지난 4월 신고포상금제 도입에 관한 개정안을 내놨습니다. 주차표지를 양도·대여, 위·변조하는 행위, 보행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차량을 주차했을 때 포상금을 주자는 내용이었죠. 다만 신고 폭주로 예산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포상은 동일한 신고인에 연 3회 이내로 제한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심사 중입니다.
신고포상금제는 이미 효과를 보이고 있는 생활불편신고 같은 시민 참여형 단속 제도에 탄력을 줄 수 있습니다.
반면 전문 파파라치가 등장하거나 우리 사회가 지나친 감시 사회로 흐를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결국은 시민의식 문제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학생 B씨는 “대다수 사람들은 급하다고 해도 장애인구역에 주차하지 않는다”며 “시민의식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