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야당의 반대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된 조명래 환경부 장관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등에 대해 청와대의 임명 강행이 잇따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인사청문 무용론과 함께 국회 검증권한 강화를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대통령이 야권과의 협치를 강조하면서 각료 임명권 행사를 강행하는 바람에 오히려 정국이 급랭되는 등 정부의 굵직한 정책목표를 달성하는데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단 지적도 잇따른다.
이에 따라 국민을 대신한 국회의 검증절차를 강화함으로써 국회의 견제권한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靑 임명강행에 인사청문 무용론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2000년에 도입돼 현재까지 적용중인 인사청문회법의 경우 국회청문 대상인 고위공직자 자리는 총 63개다. 이 중 국회동의가 필요한 자리는 절반도 안되는 23개에 달한다.
이 밖에 전체 청문 대상인 63개 자리를 제외한 국무위원 등을 포함한 나머지 고위공직자 인사는 대통령이 전권을 가지는 시스템이다.
유은혜 부총리와 조명래 장관 등의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도덕성 논란 등으로 야당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강하게 반발했지만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에 야권을 중심으로 국회인사청문회 제도 무용론 제기는 물론 청와대의 임명 강행을 위한 '요식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조섞인 비아냥이 정치권 내부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자질이 어떻든 내가 고른 사람은 임명을 강행한다'는 일방통행식 인사로 비쳐질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야권의 입장이다.
■자체검증 강화 및 임명철회 시스템 갖춰야
외국의 경우, 대통령 중심제 국가 중에서 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인사청문회법을 따르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미국, 필리핀 정도가 있다.
다만 미국의 경우는 우리나라 보다 훨씬 꼼꼼하고 철저하게 인사청문 과정을 거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대통령이 임명해야 하는 6000명의 공직자 중 상원 의회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고위공직자는 1200명에 달한다. 물론 미국도 인사청문에서 의회의 인준거부로 낙마하는 고위공직자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유는 백악관에서 자체적으로 인사 임명 전에 후보자에 대해 공적·사적인 조사를 철저히해 문제될 만한 후보를 자체적으로 거르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서다.
만일 의회에서 인준이 거부될 경우 백악관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위원회 등에서 약 2∼3개월에 걸쳐 총 5단계의 현미경 검증을 통과해야만 자격이 주어진다.
또 청문회장에서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후보자들의 '모르쇠' 답변은 의회모독죄로 사법처리도 가능하다.
우리나라 의회의 인사 검증 시스템도 이처럼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외국처럼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결격사유에 대해 후보자의 충분한 해명이 없으면, 임명권자가 임명을 철회하는 시스템을 제도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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