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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별별 일 펼쳐지는 야시장..행복한 ‘별장’으로 오세요

광주 대인예술시장
매주 토요일 밤 예술공간 탈바꿈..건어물집 옆에선 인형극이 한판
쇠락하던 시장 온 청년 예술가들 국내 유일 예술 야시장 만들어
아트경매서 예술작품 득템하고 남도 순대국밥에 속까지 든든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별별 일 펼쳐지는 야시장..행복한 ‘별장’으로 오세요
극단 도깨비가 '키드존'에서 전래동화를 각색한 인형극 '단방귀와 똥방귀' 공연을 펼쳐 어린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별별 일 펼쳐지는 야시장..행복한 ‘별장’으로 오세요
국밥골목 어귀에 있는 나주식당은 국밥을 시키면 서비스로 순대와 내장고기를 한 접시 가득 내놔 손님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종합안주를 시키면 먹기가 무섭게 리필을 계속해줘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난 곳이다. 흑미밥을 따로 내놓고 남은 음식을 가져갈 수 있도록 가게 입구에 포장용 비닐도 비치해 놓는다. 7000원짜리 국밥 두 그릇 상차림이다.

【 광주=황태종 기자】 지난 24일 오후 6시 30분 시장 중심지인 나주식당 앞 사거리를 찾았다. 10여 개의 간이 식탁은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온 시민과 관광객들로 어느새 꽉 차 있었다. 영상 7도인데다 툭 트인 곳이라 추위가 느껴졌지만, 모두가 아랑곳하지 않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담소를 나눴다. 전집, 빈대떡집 등이 마주하고 있는 인근 통로는 가게 앞에 죽치고 앉아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행인들로 북적였다. 시장 곳곳에서 남도의 감칠맛 나는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들도 손님들로 붐볐다. 국수 한 그릇을 단돈 1000원에 팔아 명소가 된 국숫집에도 허기를 달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잔칫집 같았던 먹거리 장터에서 불과 30여 미터 떨어진 아트컬렉션 샵 '수작' 앞에 이르자 분위기가 완전 달랐다. 11월의 작가로 선정된 서양화가 이반석씨(26)와 함께 하는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는데, 큐레이터가 이씨의 소품을 경매에 부치자 순식간에 흥이 달아올랐다. 이어 아트경매가 이어져 작지만 소장 가치가 있는 예술상품을 '득템'하는 행운이 여러 사람에게 돌아갔다.

'수작'에서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수많은 걸개그림 아래로 매대 행렬이 길 양편으로 죽 늘어서 있었다. 70여명의 '셀러'들이다. 이들은 시장 제품과 중복되지 않는 수제품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금속·도자·섬유공예품, 인형, 자수, 액세서리, 캔들, 비누, 방향제, 마카롱, 머랭 쿠키, 디저트 케이크, 과일잼, 초상화, 타로 체험 등을 판매한다. '별장'의 '별미'다. 지난 한 해 동안 2700명이 '셀러'로 나서 3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상설 공연장인 '유별난 예술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전통 가야금병창 전승 및 창작단체인 '현의 노래' 공연이 펼쳐졌고, 매월 마지막 주 열리는 '키드존'에서는 극단 도깨비가 전래동화를 각색한 인형극 '단방귀와 똥방귀' 공연이 열렸다. 신진·청년작가의 등용문인 '한평 갤러리'에서는 그림 이야기를 주제로 한 5인 기획전이 열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가족 및 지인들과 함께 '별장'을 자주 찾는다는 정모씨(49)는 "먹고 싶은 제철 음식을 골라 먹고, 애들이 좋아하는 마카롱과 머랭 쿠키를 사고, 시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공연과 전시를 좇아 보노라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매월 주제가 바뀌고 매주 프로그램이 달라 토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대인예술시장은 예술과 재래시장이 공존하는 예술특화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한 지 올해로 10년째다. 백화점 및 대형 마트의 공세, 편안함을 추구하는 소비행태 변화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다 2008년 제7회 광주비엔날레가 계기가 됐다. 당시 빈 점포들을 작가들에게 빌려줘 예술의 산실로 거듭나게 한 '복덕방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여기서 가능성을 본 시장 상인과 젊은 예술인들의 자성과 노력으로 예술시장으로 거듭났다. 재래시장을 공공예술프로젝트와 연결하는 아시아문화예술활성화거점프로그램도 큰 힘이 됐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한국 관광 100선'에 포함됐다.

'별장'은 지난 2009년 처음 문을 열어 예술인 중심으로 운영돼 오다 2014년 격주 금·토요일 개장으로 자리를 잡았고, 2015년 토요일 상설 야시장이 되면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통상 7000~8000명, 여름철과 초가을 성수기에는 최대 1만여명이 몰려든다. 평일 낮에 시장을 둘러보기 힘들었던 시민과 외지 관광객들이 먹고 마시고 시장 곳곳을 장식한 걸개그림과 벽화, 전시·공연을 보고 즐긴다.

매월 주제를 정해 흥미를 더한다. 11월과 12월은 종이부시(終而復始)다. 끝난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대인예술시장 10년 사업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시작을 기약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상인들도 메뉴를 바꾸거나 계절음식을 선보이며 시장을 찾은 시민과 관광객의 관심과 성원에 보답하고 있다.

제수전문 및 도매시장인데도 전체 360개 상가 중 70여 상가가 연장 영업을 한다.

참사랑 떡 방앗간 김성빈 대표(41)는 "하트모양의 백설기, 잼설기, 샌드위치 모양의 흑미샌드,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꿀떡과 바람떡을 추가로 준비해 연장영업을 하는데 손님들도 좋아하고 매출도 2배 가량 늘어 일석이조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는 장이 서는 4시간 동안 최소 1억원 가량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광주를 상징하는 5·18, 무등산에 버금갈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며 "손님의 30~50% 정도가 외지 관광객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타 지역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동구 예술의 거리 등 연계관광은 물론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