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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속 인물] 배신에 배신, 폴 매너포트

[News 속 인물] 배신에 배신, 폴 매너포트
폴 매너포트.AP연합뉴스


'러시아 스캔들'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코언 변호사가 형량을 줄이려고 사법거래에 나서 자신을 배신하자 격분했다. 그는 같이 유죄가 확정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언급하며 "용감한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매너포트는 약 1달 뒤에 코언처럼 사법거래를 벌여 특검팀에 트럼프 대통령 관련 정보를 제공했다. 그리고 약 3달이 지난 11월 26일(현지시간), 특검팀은 매너포트가 사법거래를 깨고 거짓 정보를 흘렸다고 주장했다. 이미 한번 배신당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매너포트의 또 다른 배신을 반기며 사면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배신의 배신을 거듭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아직도 받고 있는 매너포트는 도대체 누구인가?

올해 69세인 매너포트는 1949년 4월 1일에 미국 코네티컷주의 뉴브리튼에서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매너포트의 아버지는 현지에서 3번이나 시장을 역임하는 동시에 건설 업체를 운영하는 지역 유지였고 그는 유복한 환경에서 뉴브리튼의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워싱턴DC의 조지타운 대학에 들어갔다. 매너포트는 가업을 대신에 정치에 흥미를 느꼈고 경영학 학사를 마치고 로스쿨 과정까지 끝냈다. 그는 이후 1977년부터 약 3년간 법무법인에 들어가 변호사 생활을 했다.

매너포트는 법무법인에 들어가기 전부터 미 공화당 선거운동본부와 접촉해 지방 후보 추천 등 선거 업무를 맡았고 정계와 인맥을 쌓았다. 그는 1981년에 미 정부의 기존 해외 투자기관인 해외민간투자공사(OPIC)의 이사로 선임됐으며 1988년과 1996년에 공화당 대선 캠프에서 자문역을 맡았다. 매너포트는 앞서 1980년에 훗날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로 활동하게 되는 로저 스톤과 함께 로비 단체를 만들었다. 그는 해외로 눈을 돌려 콩고와 필리핀의 독재정권을 위한 로비활동을 벌였고 2004년에는 우크라이나로 건너가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수석 자문으로 활동했다. 그는 이후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가 대통령이 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매너포트는 이때부터 러시아 알루미늄기업 루살 회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와 교류를 시작했다. 이미 이때부터 미 정가에서 러시아 정부를 위한 로비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야누코비치는 2014년 시민 혁명으로 실각하고 러시아로 도망갔다.

매너포트와 트럼프 대통령간의 인연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매너포트의 로비 단체와 거래를 트면서 그와 가까워졌고 2006에는 매너포트가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아파트를 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3월에 매너포트를 대선 캠프에 영입했고 2개월 뒤에는 그를 선대위원장으로 뽑았다. 매너포트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떨어지고 지난 2012년 야누코비치의 여당으로 부터 약 140억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같은해 8월 사임했다. 그는 당시 막말을 일삼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좀 더 정치인다운 모양새를 권하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기도 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난해 8월, 2016년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선거캠프의 결탁(러시아 스캔들)을 조사하던 특검팀은 매너포트의 집을 급습했다. 특검측은 2달 뒤 그가 야누코비치 정권을 위해 미등록 로비활동을 벌이고 돈세탁, 해외 계좌 미신고 등을 저절렀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매너포트는 2016년 6월에 트럼프타워에서 러시아측 인사를 만났다. 회동에 나온 러시아측 인사는 매너포트에게 트럼프 캠프의 상대 진영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제의했다. 이후 매너포트는 1달 뒤 우크라이나에서부터 알고 지내던 데리파스카에게 연락해 대선 레이스에 대한 사적인 브리핑을 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매너포트는 이러한 혐의들이 겹치면서 최대 80년에 가까운 징역을 살게 됐고 특검팀과 사법거래로 위기를 벗어났다.

그가 다시 특검을 배신한 것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개인적인 치부를 감추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다.
사면 카드를 꺼내든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으로 그를 구하고 싶은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그저 매너포트의 형량이 많으니 사면으로 그의 입을 막으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두 사람간의 진실은 아직 베일 속에 가려져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