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보고서
저신용자, 당장 생활비도 막막
가계부채의 가장 어두운 그림자
정부 대출 조이기만으로는 한계
1. 40대 자영업자 A씨는 신용 7등급 저신용자다. 이미 은행권에서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고 햇살론과 캐피털사 대출도 이용 중이다. 그런데 최근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소액대출마저 아쉬운 상황이 됐다. 100만원 정도 추가 대출이 필요해진 것. 더 대출이 가능할지 문의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2. 50대 B씨는 대부업 대출이 4군데나 있다. 신용등급이 낮다보니 1금융권인 은행은 물론 2금융권의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대출도 엄두조차 낼 수 없다. 그러나 B씨는 당장 200만원가량 추가 대출이 필요해졌다. 이자금과 생활비가 급하기 때문이다. 금융사에 문의를 해봤지만 추가로 대출받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이다.
3. 직장이 없는 C씨는 최근 추가 대출을 받으려다 생각보다 신용등급이 낮게 나와 고민이다. 현재 저축은행에 300만원가량의 대출이 있고, 대부업체 2군데에도 약 800만원 총 1000만원이 넘는 대출을 받고 있다. 그는 장기적으로 최소한 받을 수 있는 저신용 무직자 대출 한도를 알아보는 중이다.
저신용자들에게 은행 대출 문턱은 높기만 하다. 담보는 이미 다른 대출에 묶여 있고, 신용등급은 벌써 낮아진 지 오래다. 기존 대출금의 이자를 다른 대출로 돌려막고 하루하루 생활하기 위한 비용을 대출로 충당한다. 대출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큰 금액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이후 추가로 더 필요하게 된 대출금은 100만~200만원대 소액 생활자금이 대부분이다.
다중채무자인 이모씨는 "대출을 받으려고 하면 신용조회에서부터 걸리다보니 추가 대출은 '하늘의 별 따기'"라면서 "사채업자를 찾아가거나 개인파산이라도 신청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가계부채가 이미 1500조원을 넘은 상황에서 저신용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기초수급자나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개인회생 및 파산 실비 지원액은 총 7억3940만8000원에 이른다. 건수로는 3025건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은 기껏해야 임차주택이나 무상거주주택 보증금이다. 간혹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10명 중에 1명 정도다.
이들은 사업실패로 파산을 맞는 경우도 많지만 궁극적으로 당장 먹고살 자금이 없기 때문에 파산이나 회생 신청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추가 대출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들도 대부분은 생활전선에서 먹고살 길이 막막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갚아야 할 원금보다 이자가 더 많아지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실제로 개인파산자 1인당 평균 채무액은 2억490만원, 이 중 이자는 1억1730만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가계부채는 본격적 금리인상기에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시한폭탄'의 뇌관이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초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2019년을 바라보는 현재 가계부채는 1500조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규제한 데 이어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가계대출을 조이고 있지만 해법 찾기가 간단치 않다. 김광석 한양대 교수는 "가계부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절대적 규모 증가보다는 다른 경제지표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크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표들 사이에서 현상을 정확히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최경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