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행정법원을 가다
중요사건 공개재판 거의 없어..복도 TV로만 상황 파악 가능
권위적 판사에 관련자도 눈치
韓 사법제도 공정성 부러워해..수차례 한국 선진 법문화 연수
몽골 울란바토르시 행정법원. 사진=유선준 기자
이 행정법원 1층에 설치된 공개재판 TV를 통해 재판 과정을 볼 수 있다. 몽골 법원은 외국인의 법정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으며 공개재판 비율도 50% 수준이다. 사진=유선준 기자
【 울란바토르(몽골)=유선준 기자】 "기밀 빼갈까봐 외국인은 법정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지난달 30일 몽골 울란바토르시 행정법원 2층 법정 앞. 법정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몽골 경찰관과 방호원이 이같이 말하며 제지했다. 관광객이라고 강조해도 "외국인은 제한적"이라는 말만 돌아왔다.
동행한 몽골인은 이들에게 "10여분만 법정 분위기를 보고 가겠다"며 계속해 설득에 나섰지만 소용없었다. 외국인이 법정에 들어가려면 참관하려는 이유를 소상히 적어 제출한 뒤 복잡한 증명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몽골 경찰관은 전했다.
■몽골법원 공개재판 50~60% "폐쇄적"
울란바토르시 행정법원 등에 따르면 몽골의 민·형사 및 행정사건 공개재판 비율은 50~60%에 머무는 실정이다. 중요하거나 민감한 사건의 재판일 경우 비공개로 심리를 진행한다는 게 울란바토르시 행정법원 직원 등의 설명이다.
이혼·양육권 등 사생활과 관련된 가정사건 재판을 제외하고 모든 사건이 공개재판인 한국에 비해 몽골의 공개재판 비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다. 몽골에서 일하는 한국인 박모씨는 "몽골 법원은 공개재판을 웬만해서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중요한 사건일수록 재판을 공개해 공정성을 높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자국 내에서 폐쇄적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행정법원 직원은 "외국인이라 재판을 참관할 수 없지만 TV로 공개재판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기자를 안내했다. 법원 1층 복도에 가보니 공개재판을 보여주는 TV 3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1대는 망가진 데다 나머지는 볼륨을 높여도 변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법원 직원은 "공개재판에 한해 하루 약 20회를 실시간 방영한다"고 말했다.
이날 법원에 들른 몽골인들은 대부분 본인 사건 외 다른 사건에 관심이 없는 모양새였다. 본인 사건이 아니면 참관 신청서를 제출해야 재판을 볼 수 있는 비간소화된 절차로 인해 TV를 통해 본 법정 안은 판사·변호사·의뢰인 등 재판 관련자들만 보였다.
이 밖에 복도에는 본인 사건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변호사와 의뢰인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지각했다는 이유로 법정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다. 본인 사건이라도 개정시간에 늦으면 법정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제출서류만으로 심리를 받아야 된다. 몽골의 한 변호사는 "지각하면 법정에 들어가 변론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굉장히 불리하다"며 "판사 권위가 높아 밉보이면 재판에서 진 것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몽골 판사들 "韓법제도 부러워"
몽골에서 판·검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2년간의 인턴 기간을 거쳐 판·검사가 되기 위한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변호사의 경우 2012년부터 변호사시험이 폐지돼 인턴 기간만 거치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몽골의 판·검사, 변호사 수는 총 5000여명이며 이 중 변호사가 3000여명이다.
그간 몽골 판사들은 한국의 선진 법문화 및 제도 관련 연수를 받거나 시찰하기 위해 한국 법원을 방문해왔다. △2013년 4월 몽골 대법원장 등 5명 사법연수원 방문 △2014년 4월 몽골 사법개혁 연구교수단 방문 △2014년 6~7월 몽골 고위법관을 위한 사법제도 역량 강화과정 관련 몽골 대법관 등 15명 방문 △2016년 8월 선거소송 연수차 몽골 대법관 등 10명이 방문한 바 있다. 당시 교육을 맡은 한 판사는 "몽골 판사들이 '자국의 공개재판 비율이 낮아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고 걱정했다"면서 "한국의 법제도 관련해 설명을 들은 뒤 공정하다고 인식했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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