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이식 대기 환자 3만5천명…기증자는 515명에 머물러
이식 꺼리는 이유 "인체훼손에 대한 거부감" 42.4%
기증에 관한 긍정적 인식 65.3%로 꾸준히 증가해
[사진=자료사진]
"결혼을 전제로 만났던 남친이 본인과 결혼하고 싶으면 장기기증서약을 취소하고 오라고 합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장기기증 때문에 이별을 고민 중이라며 이같이 말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 A씨는 무작정 장기기증서약을 취소하라고 몰아세우는 남자친구에 대한 당혹감을 토로했다.
A씨는 과거 친한 지인이 사고로 숨져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사고의 트라우마로 그는 불면증을 겪었고 정신과진료까지 받던 중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장기기증에 대해 알게됐다고 적었다.
A씨는 "살면서 어떤 나쁜 일을 겪게 될지 모르고 아무 일 없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지 모르지만, 장기기증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죽는다면 행복한 일이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약을 하게된 계기를 밝혔다.
남자친구에게도 이런 배경에 대해 설명했지만 서약을 취소하라는 요구는 강경했다. 남자친구는 '미리 얘기하지 않은 네 잘못'이라며 A씨를 추궁했고, A씨는 "서약을 취소해도 되지만 이 문제로 싸우게 되면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 반대에 부딪히는 '생명나눔'…다른 국가에 비해 신청률 저조해
장기기증서약을 신청할 때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겪어 본 적이 있다는 얘기는 서약자들에게 낯설지 않다.
약 8년 전 장기기증서약울 했다고 밝힌 B씨는 "부모님이 반대해서 설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면서 "마지못해 동의해주긴 했지만 여전히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자랑스러운데 한편으론 안타깝다"고 씁쓸한 표정을 보였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차별 신고센터에 따르면, 신장이나 간기증을 했다는 사유로 보험 가입이 거부되거나 가입에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도 전해진다.
이는 보험사들이 장기기증자에 대한 법률 개정 사실을 잘 알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이후 원만히 해결됐지만, 하나의 차별 사례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약 3만 5천명 가량의 환자가 장기이식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뇌사 장기기증자는 불과 515명에 그치고 있다.
인구백만명당으로 따지면 9.95명에 수준으로 스페인 46.9명, 미국 31.96명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뇌사나 사후에 기증 의사를 밝히는 '기증희망등록'의 경우 2018년 올 한해 약 9만명이 서명했다. 현재까지 누계로 약 215명이 서약에 동참해 전국민의 약 2.6%를 차지한다.
■ 기증 꺼리는 이유 '인체훼손에 대한 거부감'…긍정적인 인식은 65.3%로 높아져
2017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장기·인체조직 기증을 기피하는 이유는 '인체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42.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그 다음으로는 '막연한 두려움이 20.7% 였고, '절차 이외의 정보가 부족해서'라는 답변도 16.8%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유교문화에서 오는 신체훼손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큰 사유인 셈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증에 관한 긍정적인 인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질병관리본부센터의 설몬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응답자의 41.3%만이 기증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2017년에는 65.3%로 높아졌다.
이에 대해 장기이식관리센터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생까지 교과과정에서 장기기증과 생명나눔의 중요성을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면서 "우리나라도 최근 생명나눔에 대한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현장의료진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기기증서약은 본인이 장래에 뇌사 또는 심장사에 이르렀을 때 장기 및 인체조직을 대가 없이 기증하겠다는 의사표시를 뜻한다. 가까운 등록기관 방문을 통해 신청할 수 있으며,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 홈페이지나 모바일 사이트를 통해서도 본인인증 후 신청할 수 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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