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김광두 같은 '미스터 쓴소리'가 꼭 필요하다

文대통령 곁에 꼭 두길
'예스맨'만 남을까 걱정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71)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부의장은 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더 늙기 전에 책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김 부의장을 꼭 붙잡기 바란다. 문재인정부에서 김 부의장의 역할은 쓴소리를 하는 데 있다. 대통령 주변에 생각이 같은 '예스맨'만 두면 자칫 집단사고에 빠질 우려가 크다.

김 부의장은 과거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활동했다.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줄·푸·세' 공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는 내용이다. 누가 봐도 보수적이다. 문 대통령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알면서도 지난해 대선 때 김 부의장을 캠프에 받아들였고, 정권이 출범한 뒤 헌법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했다. 그의 존재감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할 때 오히려 빛이 난다.

실제 김 부의장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 11월엔 페이스북을 통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기 논쟁은 한가한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위기냐 아니냐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란 얘기다. 하지만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달 "큰 틀의 정책 방향은 전혀 수정할 생각이 없다"고 못 박았다. 또 얼마 전 김현철 대통령 경제보좌관은 위기론에 대해 "개혁의 싹을 잘라내려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김 부의장의 충언이 청와대에 전혀 먹혀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런 마당에 탄력근로제마저 공중에 붕 뜨고 말았다. 지난 10월부터 국민경제자문회의는 탄력근로제 확대에 공을 들였다. 11월 초 대통령이 참석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선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조치를 마무리한다"는 합의가 나왔다. 이어 여야 대표는 연내 국회 처리를 약속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 "국회에 시간을 더 달라고 부탁하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탄력근로제 확대 연내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김 부의장으로선 실망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문 대통령은 경제사령탑을 김동연 부총리에서 홍남기 후보로 바꿀 참이다. 최저임금 인상보다 혁신성장을 강조해온 김 부총리에 이어 주류 경제학자인 김 부의장까지 물러나면 문재인정부엔 온통 비주류 소득주도성장주의자만 남게 된다.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광산 속 카나리아는 닥쳐올 위기를 미리 알려준다. 문 대통령이 소신파 김 부의장에게 그 역할을 계속 맡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