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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미투'80%, 사립학교서 나왔는데… 처벌 못하는 사학法

학생들 힘들게 공론화해도 학교는 수사부터 비협조적
징계 권한도 학교법인에 있어..국공립 준하는 징계 가능하도록
개정안 발의됐지만 국회 계류중

'스쿨미투'80%, 사립학교서 나왔는데… 처벌 못하는 사학法
이달 4~5일 서울 송파구의 A 여고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을 폭로한다며 교내에 대자보가 붙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고 경찰에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 사진 출처=트위터


올해 '트위터' 국내 사회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스쿨미투'다. 교내 성희롱·성추행 등 피해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관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미투운동(MeToo·나도 말한다)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스쿨미투와 관련된 폭로는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수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고 관련법의 한계로 실질적 처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잇단 스쿨미투, 교육청 전수조사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4~5일 서울 송파구의 A여고에서는 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을 더 못 참겠다며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 직원들이 이를 제거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을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일이 잦았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한 교사는 "너희는 OO여고 학생이니까 정신대 가야돼" "먹을 거 먹고 싶으면 은밀하게 와라. 윙크라도 하면 내가 사줄지.. 나 돈 많아" 등의 발언을 했다. 학생들은 또 다른 교사들도 성희롱, 성차별적 발언 등을 일삼았다며 사과와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인근의 B여고, C여상, D여중 등에서도 이 같은 스쿨미투가 이어진 바 있다. 세 학교 모두 한 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한 교사는 학생에게 "너도 우유 나오게 해줄까?"라고 임신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온 바 있다.

파문이 일자 서울시교육청은 B여고, C여상, D여중 재학생들을 상대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A여고의 경우 학교가 자체 조사를 벌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 하에 교육청이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며 "경찰에 수사도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 개정돼야"

경찰은 B여고, C여상, D여중에 대해 내사에 들어갔지만 피해자 확보에 다소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의미한 진술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스쿨미투를 제기한 트위터 계정 주인을 통해 소개 받은 8명 가운데 5명을 만나봤는데,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있고 아동복지법에 저촉되지 않는 등 유의미하게 나온 발언은 아직 없다"며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일정을 조율 중이고 교육청의 전수조사 결과를 받는대로 향후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쿨미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사립학교법이다.
스쿨미투가 잇따르고 있지만 국공립 교원과 달리 사립학교 교원은 징계 권한이 학교법인에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에 사립학교 교원에 대한 징계가 국공립 사원에 준해 이뤄지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 법안소위만 통과, 국회 문턱을 아직 넘지 못했다.

양지혜 청소년페미니즘 운영위원은 "스쿨미투가 제기된 학교 중 80%가 사립학교라는 결과가 있을 정도로, 2차 가해 방지와 실질적 처벌을 위해 사립학교법 개정은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신분 노출 우려 등으로 인해 트위터를 통해 교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인데, 관계기관에서 먼저 신뢰를 주고 학내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시해 준다면 학생들이 당국 조사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