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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의 역설… 시간강사 보호법이 해고 칼날로

내년 8월 시행… 대량해고 우려..법적 교원 지위·임용기간 보장에
일부 대학 강사·과목 축소 추진..기존 강사는 자리 보장받지만
신규 박사엔 임용 문턱 높아져

'강사법'의 역설… 시간강사 보호법이 해고 칼날로


내년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 향상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 법이 오히려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부추기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내년 예산에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를 반영했지만 사립대는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예산 편성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강사법이 신규 박사의 시간강사 임용의 문턱을 높였다는 지적도 나오면서 강사법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강사법, 시간강사 대량 해고 우려

11일 교육계에 따르면 내년 8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일부 사립대들이 시간강사 숫자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부산 동아대는 최근 542명인 시간강사를 136명으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교수들에게는 시간강사 중 일부를 겸임교수로 추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안을 거부하고 강사법 시행 대책 등을 마련하자 시간강사 노조가 협상을 거부하며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고려대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해 개설과목을 축소하고 전임교원 강의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각 학과에 발송했다가 반발을 사 취소 공문을 다시 보낸 상태다.

이처럼 대학이 시간강사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예산부담 때문이다. 강사법은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전임 강사에게 법적 교원 지위를 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임용 기간은 1년 이상, 재임용 심사를 받을 권한은 신규임용 기간을 포함해 3년간 보장받게 된다. 방학 중 4대 보험 가입은 물론 임금과 퇴직금도 받을 수 있다.

■신규강사 임용, 투명성 vs. 보장성

교육부는 강사법 시행 소요 예산으로 시간강사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만 고려하면 700억원 정도 소요되고, 낮은 사립대 강사료를 국공립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방학 4개월간 임금을 지급하면 최대 3000억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최근 국회 교육위에 내년도 지원예산 550억원을 제출했으며 이중 450억원이 시간강사 임금에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국회 예결위가 확정한 강사법 예산은 288억원(국립대 71억원, 사립대 217억원)으로 절반 가량으로 줄었다.

이와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위원회는 방학 등을 고려해 2020년 2월 28일까지 계상한 반면 예결위는 내년 12월 31일까지로 계상한 것이어서 실제로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강사법은 기존 대학강사의 신분이 보장되나 신규 박사의 강사진입이 어려워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실제 서울시내 4년제 A대학은 박사 학위 취득 후 1~2년간만 시간강사를 맡겨왔다. 이후에는 새로운 신규 박사 학위자가 자리를 물려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강사법이 통과되면서 이같은 강사 물려받기는 어려워졌다. 최소한의 경력을 쌓기도 전에 학교밖으로 내몰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A대 박사과정 안 모씨는 "강사법 통과로 졸업 후 강사 임용이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강사법으로 기존 시간강사들을 자리를 보장받게 되겠지만 신규 박사들은 갈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강사채용제도의 투명성과 객관성이 더욱 높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동안 강사의 객관적 실력보다는 학연·지연으로 인한 대물림이 더 큰 문제"라며 "강사채용과 관련한 투명한 모집공고가 더 많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