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도망·증거인멸 우려 없어..불구속 상태 유지해달라"
검찰 "구치소서 적절한 치료 받을 수 있다"
'PD수첩 검사' 임수빈 태광 정도경영위원회 위원장 재판 방청
횡령·배임 등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차 파기환송심 1회 공판에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병보석 기간에 흡연과 음주로 '황제 보석' 논란을 받고 있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측이 재파기환송심 첫 재판에서 "보석조건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며 불구속 상태를 유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12일 서울고법 형사6부(오영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지난 2012년 6월 보석허가를 받고 집과 병원만 오갔다"며 검찰이 염려한 도주 우려는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보석 취소 검토 요청서'를 낸 바 있는 검찰은 이날 관련 의견서를 재판부에 추가로 제출했다.
검찰은 "전국에 미결수 포함 암환자가 288명이 수용돼 있고, 감암환자는 63명이다"며 "이 중 피고인과 같은 3기 환자는 16명인데, 적절한 치료와 수술을 받고 있어서 구속상태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의견서에 기재된 내용을 밝혔다.
이어 "대법원에서 피고인의 무죄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파기환송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유죄가 확정됐다"면서 "피고인은 이를 면하기 위해 도주할 우려가 높고, 정신적으로 쇠약한 상태에서 비이성적인 결정을 할 위험도 있는 데다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다"며 이 전 회장의 보석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회장 측은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검찰의 의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은 "이 전 회장의 혐의 중 90%는 무죄·면소로 풀어졌고, 나머지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됐다"며 "어떤 배후세력이 악의적으로 하는지는 몰라도 단순히 '병보석'으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당시 재판부는 증거인멸·도주우려 등을 모두 고려했다"고 맞섰다.
그는 "(보석은) 재벌에 대한 특혜라기 보다는 정당한 법집행의 결과이고, 불구속 재판이라는 원칙이 실행된 결과"라며 "가난한 분들이 보석이 안된다면 이런 부분을 시정해서 불구속 재판 원칙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돼야지 이것을 특혜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의 음주·흡연과 관련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변호인은 "떡볶이를 먹거나 음주·흡연 사진은 부덕의 소치인지는 몰라도, 피고인을 수행하던 기사가 몰래 핸드폰으로 촬영해서 언론에 제보한 사건"이라며 "어떤 의도로 보도한 지는 모르겠으나 일반 국민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재벌이 무슨 떡볶이 밖에 안먹느냐. 불쌍하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보석 특혜' 의혹을 제기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태광그룹과의 악연, 상속분쟁 관련자, 민주노총 등 노동계 등 배후세력이 악의적으로 공격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전 회장은 12개의 공소사실 중 7개가 사실상 유죄가 확정됐다. 이것을 가지고 90% 무죄·면소라는 변호인의 주장은 어폐가 있다"며 "배후세력에 대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건강상태나 그 밖의 질병에 관한 부분은 '민감한 개인정보라 노출하고 싶지 않다'는 피고인 측의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심문에 대해서는 비공개 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이후 보석 결정을 받아 현재까지 7년 8개월째 풀려나 있는 상태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25일 이 전 회장의 재상고심에서 조세포탈 혐의를 다른 혐의들과 분리해 재판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은 세 번째 항소심, 여섯 번째 재판을 받게 됐다.
검찰과 이 전 회장 측은 이번 재판에서 사실상 양형부당에 대해서만 다투고, 나머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대해서는 모두 철회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는 최근 태광그룹 정도경영위원회 초대 위원장을 맡게 된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도 방청석에 자리했다. 임 전 검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재직하던 중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상부 지시에 맞서다가 사표를 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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