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위원회 위원들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를 뒤로한 채 지난 12일 해외출장을 떠났다.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을 비롯해 곽상도·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 등 3명이다. 6박8일 일정으로 뉴질랜드와 호주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처음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함께하려 했지만 출발 전 슬그머니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위는 "예정된 출장일정이어서 취소가 어려웠다"고 했다.
같은 날 국회에서 "유치원법 연내 처리가 시급하다"는 호소가 여야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논의가 지지부진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도 검토한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교육부를 찾아 유치원법 처리를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책임이 있는 당사자들의 행동은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교육위 설명도 기가 막히다. 본지 보도에 따르면 한 교육위 관계자는 "유치원 3법 무산 이후 양당 소위 의원들이 모여 속 터놓고 말하면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하는 취지"라고 했다.
굳이 해외까지 가서 협상할 이유가 있나 싶어 여기저기 물어보니 속내는 달랐다. 다른 교육위 관계자는 이번 출장에 대해 "통상 공무원이 (계획된) 해외출장을 가는 것처럼 일반적인 출장"이라고 했다. 큰 의미가 있는 출장이 아니라는 말이다. 유치원법 처리 무산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데 대해선 "출장을 취소하면 상임위의 내년도 예산 배정이 깎일 수 있어 할 수 없이 간 것 같다"고 했다.
해외출장을 간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일부 의원만 예산확보 차원에서 총대를 메고 갔다는 소리다.
이번 해외출장으로 교육위 위원 소속 실무자들은 출장 기간 여야 간 협의가 어렵다고 보고 유치원법 처리 예상시점을 줄줄이 늦췄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법안 통과가 미뤄지면서 사립유치원의 폐원 확대로 내년 입학시기엔 유치원 대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치원법 처리가 최우선"이라고 말하면서 해외로 떠난 의원들의 이중적 행태에 국민만 속았다고 하면 비약일까.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정치부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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